저축은행, 서민금융사 맞나… 예금금리 사상 최저·대출금리는 나홀로 상승
입력 2012-08-12 19:03
‘서민금융’을 내세우는 저축은행이 정작 서민을 외면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추락하면서 사상 첫 연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는 연 15% 이상의 고금리를 유지해 서민들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2%로 저축은행의 금리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연 4.54%)에 비해서는 0.52% 포인트, 지난해 8월 12일(연 4.98%) 대비 0.96%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최근 1년간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1% 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동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25% 포인트 하락했다.
예금금리가 1년 넘게 추락한 반면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은 지난 6월 저축은행들의 일반대출 금리를 전달보다 0.53% 포인트 오른 연 15.73%로 집계했다. 시중은행과 상호금융, 신협에서 모두 대출금리가 낮아졌지만 유독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만 오른 모습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가계대출 취급 비중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상품은 여전히 고금리 구간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대출금리(가중평균금리)를 공시한 서울 지역 14개 저축은행의 5등급 기준 대출금리는 연 28.27%(26개 상품 평균금리)에 이른다. 모든 가계 신용대출 상품이 대출금리 연 35∼40% 구간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대출시장 침체로 실적이 급감했고, 역마진을 피하려면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푸른저축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4.8% 감소했다고 공시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대출 및 이자수익 감소’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 기반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은행과의 연계 업무 등 금융 당국의 대책도 회의적”이라며 “서민금융을 도울 방안을 고민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 임직원의 횡령·배임 등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진흥저축은행 윤현수 등기이사의 397억4000만원 규모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났다. 지난 6월부터 상호저축은행의 횡령·배임 혐의 공시는 솔로몬·한국저축은행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거래소는 진흥저축은행의 매매 거래를 정지했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