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러닝메이트 확정] ‘라이언 카드’는 작은 정부·재정지출 축소 위한 승부수
입력 2012-08-12 18:55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11일(현지시간) 러닝메이트로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지명하자 AFP통신은 롬니가 ‘안전’보다는 위험성 있는 카드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CNN BBC방송 등도 ‘대담하고 위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28세에 위스콘신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이미 7선인 라이언 의원은 재정적자 감축과 감세를 가장 열렬히 주창해온 정치인으로 꼽힌다. 증세에 강력히 반대하는 보수주의 단체인 티파티그룹에서 가장 선호하는 의원이다. 그는 지난 3월 오바마 행정부가 제시한 10년 긴축재정안보다 5조 달러(약 5650조원)가 많은 재정 감축안을 주도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롬니 후보가 고심 끝에 ‘라이언 의원 카드’를 뽑은 것은 85일 정도 남은 대선의 핵심 의제를 ‘재정지출 축소와 작은 정부’로 바꾸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사설을 통해 롬니가 이기려면 이번 선거를 큰 이슈에 대한 싸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롬니 후보가 창업한 베인캐피털의 해외 일자리 이전과 10년간 세금 납부 전무 의혹 등을 제기하는 오바마 대통령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라이언의 재정 감축안에 대해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불안하다”고 토로한 데서 알 수 있듯 앞으로 민주당의 공세가 재정 감축안의 허점에 집중되면서 파문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 재선캠프는 공화당이 각종 복지 프로그램 삭감을 통해 재정적자를 감축하자면서도 백만장자 등 부자들에게는 감세 조치를 연장하려한다고 공격해 왔다. 실제 오바마 재선캠프는 이날 롬니 전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오바마 캠프의 책임자인 짐 메시나는 성명을 내고 “롬니 전 주지사는 라이언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함으로써 부자 감세와 중산층 증세라는 경제정책을 주도한 공화당 지도자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건전재정을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한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어를 ‘반 민영화’하자는 라이언의 주장도 민주당의 공격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롬니가 ‘중서부 출신, 백인, 보수주의자’로 요약되는 라이언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릴 스윙스테이트(경합주)를 장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도·무당파 유권자나 히스패닉(중남미계 주민) 등 경합주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인구집단을 롬니 측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을 없앴다는 것이다.
에머리대학의 앨런 아모라위츠 교수는 “롬니는 주요 경합주에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무당파 유권자층을 확보하는 게 승패의 관건인데, 라이언은 여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