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동의 올림픽, 인류의 기쁨
입력 2012-08-12 23:57
종합 5위 한국 선수단에 뜨거운 박수를
17일간 타오른 런던 올림픽의 성화가 꺼졌다. 204개 나라의 선수들이 302개 금메달을 향해 힘을 쏟았던 올림픽은 승자와 패자, 남과 여, 대륙과 피부색을 넘어 지구촌 시민들이 서로 함께 어깨를 걸었던 평화의 경연장이었다. 이렇듯 올림픽을 통해 확인된 인류애는 세계평화와 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국도 높아진 국격에 걸맞게 뿌듯한 열매를 수확하며 기쁜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이번 올림픽을 주최한 영국은 전통과 품격의 개막식으로 놀라움을 던져주더니 폐막식은 전설의 팝스타를 대거 등장시켜 한마당 축제로 꾸몄다. 철저한 보안과 검색시스템이 가동돼 큰 사건사고 없이 대회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경기운영도 깔끔했다. 육상경기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 경기장마다 꽉 들어찬 관중들은 세련된 매너를 선보여 과연 ‘신사의 나라’임을 실감케 했다.
경기의 의미도 남달랐다. 사우디가 처음으로 여자선수를 출전시켰고 여자 복싱종목이 생김으로써 양성평등의 가치를 드높였다. 수영 4관왕에 올라 개인 메달수 22개를 기록한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2회 연속 3관왕이 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킨 불멸의 스타로 남게 됐다. 그렇다고 메달이 전부가 아니다. 71세에 승마에 출전한 일본의 호케스도나 남아공의 의족선수 오스카처럼 올림픽 정신을 빛낸 무명의 선수가 있기에 올림픽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의 각축 속에 한국선수들이 거둔 업적은 놀랍기 그지없다. 금메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사격과 양궁의 승전보는 국민들을 환희에 젖게 했다. 서양 스포츠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펜싱에서 금메달 2개와 체조선수 양학선의 금메달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감동은 남자축구의 동메달이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스웨덴에 12대 0으로 대패한 한국팀이 처음으로 메달을 딴 것이다. 게다가 숙적 일본을 깬 것이어서 그날 새벽 대한민국 전역에서 환호성이 울러 퍼졌다.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해 5위에 오른 리듬체조의 손연재도 새로운 희망의 별로 떠올랐다.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 경기초반에 이뤄진 배드민턴의 고의패배는 스포츠 정신을 거스르는 오점으로 기록됐다. 육상의 부진도 큰 과제로 남았다. 지난해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른 나라임에도 필드와 트랙에서 한국 선수를 찾기 힘들었다.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오른 여자배구와 여자핸드볼이 마지막 벽을 오르지 못한 채 분루를 삼킨 것도 두고두고 아픔으로 남게 됐다.
이제 런던에서 이룩한 눈부신 성취를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때다. 가깝게는 29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는 장애인올림픽, 멀리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있다. 런던올림픽 기간에 우리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그들을 헌신적으로 지원한 경기단체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의 건아들이 흘린 땀은 국가 미래의 거름이 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