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오감 만족’ 시대… 당신의 편안한 운전을 생각합니다
입력 2012-08-12 18:40
자동차도 이제 오감 만족 시대다. 과거 마력과 차체 등 물리적 품질을 따지던 데서 벗어나 느낌을 중시하는 감성 품질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의 감성까지 만족시키기 위한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첨단 기술 경쟁이 뜨겁다.
◇시각 만족, K9 헤드업 디스플레이=기아자동차의 고급 대형 세단 K9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가 있다. 운전석 앞 유리 아래쪽에 주행 때 필요한 정보를 빔으로 쏴주는 장치다. 흡사 비행기 계기판을 떠올리게 한다. 후측방 경보시스템, 차량속도, 내비게이션 방향표시,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이 신기루처럼 전방에 나타난다. 운전하다 따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
후측방 경보시스템은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촉감도 자극한다. 시속 30㎞이상 주행하다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 깜박이를 켤 경우, 옆 차선에서 차량이 접근해 추돌 위험이 있으면 자동 작동된다. 이때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붉은 색으로 접근 차량이 표시되고, 차 밖의 사이드 미러에 조명도 들어온다. 귀를 크게 자극하진 않는 경보음도 더해지고, 끝으로 운전석 시트 허벅지가 닿는 부분을 ‘톡톡’ 건드려준다. 왼쪽에서 차가 접근하면 왼쪽 허벅지를, 오른쪽을 주의해야 하면 오른쪽 허벅지를 두드린다. 기아차 관계자는 “얼마만큼의 두드림이 신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경보 기능을 하는지 알기 위해 자극 반응 실험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들려주고 주물러주고=중대형 세단의 기본은 정숙성과 안락함이다. 특히 사람 귀에 가장 민감한 고주파(2∼8㎑) 소음을 차단하는 한편 흔히 ‘VIP석’으로 불리는 뒤편 오른쪽 자리 시트를 항공기 일등석 느낌으로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는 디지털 오디오의 선두주자 렉시콘의 로직7 시스템을 장착했다. 외부 소음은 막고 내부 음질은 튜닝을 통해 극대화했다. 17개의 스피커에서 뿜어내는 528W 출력을 자랑하며 음원을 7.1 채널로 재현한다. 콘서트홀을 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에쿠스 VIP 마사지 시스템 역시 부럽다. 쿠션 백에는 8개의 에어셀과 1개의 바이브레이터가 달려있다. 두드려 주고 주물러 주는 강도와 속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어깨와 등 마사지는 물론 지압과 스트레칭도 가능하다. 쌍용차의 뉴체어맨W도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촉각 후각 만족에 항균 기능까지=감성 만족은 고급 세단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형차인 모닝과 레이에는 중대형 세단에만 적용되던 열선 스티어링휠이 장착됐다. 한겨울 아침 핸들을 잡았을 때의 몸서리침을 막기 위해서다. 손발이 찬 여성 운전자들이 좋아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야외 주차장이 많아 겨울이 더 괴로운 국내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SM5와 SM7에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퍼퓸 디퓨저가 장착돼 있다. 차를 처음 샀을 때 두통을 불러오는 새 차 냄새는 이제 안녕이다. 프랑스 최고급 향수 메이커 퍼매닉의 레드베리와 허브티 원액이 전자식 버튼 조작만으로 부드럽게 코끝을 자극한다. 플라워, 망고, 숲속, 푸른바다 등 언제든 다른 종류의 향기로 바꿀 수 있다.
K5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케어 온열 시트를 달았다. 첨단 전자섬유에 은 성분을 추가한 시트로 발열기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세균을 막고 원적외선까지 방출한다. 한옥 아랫목에 앉아있는 느낌을 선사하기 위함이다. 동급인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 역시 천연물질 항균 시트가 처음 도입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감성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QM5는 천장 전체가 뻥 뚫린 파노라마 선루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히트를 쳤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야외로 나갈 때 선루프 밖으로 올려다보는 맑은 하늘은 이제 다른 SUV에도 필수 덕목이 됐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