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하우스’ 건축가 김원철 대표 “상담통해 거주자 문제 파악 힐링 하우스 설계하고 싶어”

입력 2012-08-12 16:46


건축가 김원철(48) 아키텍트포라이프(Architect 4 Life) 대표의 꿈은 ‘힐링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다. 힐링 하우스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집, 나와 내 가족을 치유해주는 집’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정보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아이폰을 만든 것처럼 그는 건축(기술)과 목회적 상담의 만남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자 한다.

김 대표는 11년 전 MBC의 주말 프로그램 인기 코너 ‘러브하우스’에 출연해 어려운 이웃들의 집을 리모델링해주며 유명세를 탔다.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토크쇼에 출연했고 최근엔 댄스 경연 프로그램에도 나왔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그가 회심한 것은 2004년. 이지선 자매의 간증집을 읽고 나서다. 이후 신앙생활을 하며 세운 원칙과 기존의 업계 관행이 충돌을 빚기 시작했다. 불황으로 경영압박까지 받자 건축사무소를 아예 정리해버렸다.

김 대표는 “기초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초공사를 바르게 하지 않으면 그 위에 아무리 화려한 건물을 지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그는 인생의 기초공사를 다시 했다. 상담학을 전공했는데 상담은 기본적으로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베이스를 무시하고 계속 새로운 것으로 나를 세상 속에 드러내려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그는 신학석사(Th.M) 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박사(Ph.D) 과정에 진학했다.

그는 고심 끝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축 분야로 돌아왔다. “그동안 잘못된 남의 집을 고쳐주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제는 내밀한 상담을 통해 거주자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을 설계하고 싶었다”고 한다. 새로 설립한 회사 이름도 ‘생명을 위한 건축’으로 정했다.

‘힐링 하우스’의 원형은 지난해 에티오피아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서 발견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제여성가족교류재단(IWFF), 포스코 사회공헌실과 함께 에티오피아의 한 마을 내 40여 가구에 화덕과 굴뚝을 설치했다. 김 대표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은 땔감을 줍느라 학교를 못 가고, 여성들은 배기가 되지 않는 주방에 장시간 머물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됐다”며 “화덕과 굴뚝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