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큐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 벨기에 티에리 로로 감독
입력 2012-08-12 18:05
벨기에의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힌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은 단 한 명도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2명의 최종 후보자 중 한국인이 5명이나 됐고, 성악가 홍혜란이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눈부신 발전인 셈이다. 한국 음악 영재들의 성공 원인을 분석한 벨기에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가 지난 10일 충북 제천시 남천동 메가박스에서 국내 처음으로 상영됐다.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 초청된 것이다. 영화제 참석차 방한한 벨기에의 티에리 로로(54)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 15년 동안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의 영상기록을 맡아왔다. 최근 들어 한국인의 약진이 눈에 두드러졌다. 인구 5000만 명밖에 안되는 나라에서 러시아와 미국보다 더 많은 결선 진출자를 내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영화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서울, (독일) 뮌헨, (벨기에) 브뤼셀에서 촬영됐다. 올 초 서울을 6일 동안 방문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 학생 동문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다. 한예종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강유경(14·바이올린 전공)양의 집을 방문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15년 동안 콩쿠르 중계를 하면서 모차르트 협연은 수도 없이 들었는데 강양의 연주를 듣고 전율이 느껴졌다. 한국인의 연주는 몇 년 전만 해도 기교만 있고 감동이 없었는데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유럽 현지 반응은.
“이 영화는 지난 5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기간 중 벨기에 전역에 TV로 3차례 방영됐다. 반응이 뜨거웠다. 파올라 벨기에 여왕은 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대사를 다 외울 정도였다. 10여개 넘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했다.”
-부정적 반응은 없었나.
“없었다. 유럽에서는 클래식에 대한 한국인의 뜨거운 열정에 주목했다. 유럽은 한국에 비해 용기나 열정, 노력이 많이 떨어진다. 관객들이 ‘한국이 우리보다 훨씬 희망이 있구나, 한국 아이들은 페이스북만 하는 게 아니구나’하고 감탄했다. 클래식뿐 아니라 올림픽도 그렇다. 벨기에는 메달을 겨우 3개 땄는데 한국은 너무 잘한다. 어떻게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다.”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가 풀렸나.
“경쟁, 열정, 용기가 답인 것 같다. 한국 음악가는 최고의 기량을 위해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훈련을 한다. 정신력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무대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다.”
-한국과의 인연은.
“2010년 ‘하모니카 전설, 투츠 틸레망’이란 영화로 제천을 처음 찾았다. 당시 한국인의 따뜻한 환대와 심성에 완전 반했다. 요즘엔 한국어도 배운다. 비·보아·타블로 등 K팝 팬이 됐다. 그동안 사 모은 CD도 10장이 넘고, ‘올드보이’와 김기덕 감독 영화를 봤다.”
제천=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