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눈과 미간 사이

입력 2012-08-12 23:58


오늘도 그녀는 나에게 레이저 빔을 쏜다.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이 유난히 반짝거려 레이저 빔이 막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다. 가

끔은 눈을 돌리라고 하면 그녀는 사람과 이야기할 때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예의 아니냐며 항변한다.

지금 그 눈빛도 일부러 반짝임을 많이 죽인 것이라고 한다. 그녀를 놀리고 있긴 하지만, 고교 시절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데도 졸지 말라고 선생님께 혼났던 나로서는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빛이 부럽기만 하다.

눈빛은 어떤 인상을 남기느냐, 어떤 인간관계를 갖느냐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모임이 하나 있는데, 너무 편하게 모이는 모임인지라 새 인물을 인지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 그런데 그 레이저 빔 눈빛 동생은 처음 나온 첫날에 우리 모임을 장악했다.

그는 활발한 성격이긴 하지만 입담이 다른 회원보다 더 튈 정도는 아니다. 남다른 점은 역시 눈빛이었다. 매력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눈빛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눈빛으로 상대방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곤 한다. 작년에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으로 여심을 흔들고 군대로 가버린 탤런트 현빈. 그는 다른 탤런트보다 더 잘생겼다고 할 수 없었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반짝이는 눈으로 지그시 응시했기 때문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장면을 비롯해 현빈이 응시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 후에 토크쇼에서 현빈은 지그시 쳐다보는 눈빛으로 여자 진행자 얼굴을 붉게 물들게 했다.

일상에서도 반짝이는 눈으로 내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간다. 그렇다고 눈빛을 엉뚱한 상대에게 너무 줬다가는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한 군인이 자신을 쳐다본다는 이유로 지나가는 행인을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뉴스도 있지 않았나.

게다가 어떤 곳에서는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강렬한 눈빛을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 ‘친구’의 유명한 장면이 떠오른다. “눈 내리 깔아!”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사람의 눈을 응시하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나?’라고 착각하게 하거나 ‘나랑 싸우자는 것인가!’라고 도전적으로 느낄 수 있으니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을 응대하는 것이 주 업무인 호텔에서는 고객과 대화를 나눌 때 눈만 지그시 바라보지 않고 눈과 양미간의 사이를 오가라고 교육한다.

안주연 웨스틴조선 호텔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