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국민 요정’ 마침내 꿈을 이루다

입력 2012-08-11 01:12


소녀의 꿈은 올림픽 리듬체조 결선에서 연기를 펼치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매일 8시간이 넘도록 후프, 볼, 곤봉, 리본과 씨름을 했다. 외롭고 힘겨운 훈련을 견딘 끝에 소녀는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됐다.

‘한국 리듬체조의 희망’ 손연재(18·세종고)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다. 손연재는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2라운드에 출전, 4종목 최종 합계 110.300점을 얻었다. 예선에 참가한 24명 중 최종 6위에 오른 손연재는 10명이 겨루는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에는 월드컵 시리즈나 세계선수권과 달리 종목별 메달은 없다. 개인전과 단체전에만 메달이 걸려 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부터 리듬체조가 정식 종목이 된 이후 한국 리듬체조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신수지가 본선 출전권을 얻은 게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손연재의 결선 진출로 한국 체조는 양학선의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에 이어 또 한번 경사를 맞았다.

손연재가 전날 얻은 예선 1라운드 후프(28.075점), 볼(27.825점) 종목 합계 점수는 55.900점. 전체 24명 중 4위였다. 예선 2라운드 손연재의 첫 연기 종목은 곤봉이었다. 배경음악 ‘2008 더 앨범-재즈 머신’과 ‘색소폰 인 러브-온리 유’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손연재는 초반 곤봉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중반엔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남은 연기를 무난히 마무리했다. 연기 후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손연재는 난도 점수(D) 8.300점, 예술점수(A) 9.200점, 실시점수(E) 8.900점을 받았다. 곤봉 합계는 26.350점. 그리고 3종목 합계 점수는 82.250점으로 7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손연재는 주종목인 리본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선율과 함께 시작된 손연재의 황홀한 연기에 관중은 넋을 잃었고, 연기 중간 중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난도 점수(D) 9.350점, 예술점수(A) 9.450점, 실시점수(E) 9.250점으로 손연재는 리본 점수로 28.050점을 획득했다.

“런던올림픽 결선에서 후회 없이 연기를 펼쳐 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손연재. 그는 이제 결선 무대에서 전 세계를 매료시킬 꿈에 빠져 있다. 결선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오후 9시30분에 열린다.

한편 예선 1위는 손연재가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리듬체조 여제’ 예브게니야 카나예바(22·러시아)가 차지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카나예바는 후프 28.100점, 볼 29.525점, 곤봉 28.975점, 리본 29.400점으로 합계 116.000점을 기록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