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北, 남측 제안 사실상 거부
입력 2012-08-11 01:09
북한이 남한 정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을 거부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로써 2010년 이후 중단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7개월 남짓 남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적십자회는 9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남측이 이제라도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5·24조치를 해제하고 남측 인원들의 금강산 관광길을 열어놓아 상봉을 원만히 실현할 수 있는 조건부터 마련할 것과 그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지난 8일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천안함 피격 사건에 따른 5·24조치 및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와 연결시킨 것은 우리 정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곧바로 5·24조치를 통해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전면 중단했고, 이후 5·24조치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별도의 당국 간 회담을 통해 논의하자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통일부는 이날 북측의 회신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우리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측이 이번 제의에 호응하지 않았지만 이산가족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계속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이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남북관계에서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거절당한 사실이 북한 보도를 통해 드러날 때까지 이틀간이나 이를 숨겨 빈축을 사고 있다. ‘류우익 호’의 지나친 비밀주의가 오히려 남북관계의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