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웃어라 우생순… 조별리그서 이긴 스페인과 재대결

입력 2012-08-10 19:14


‘우생순’이 눈물을 닦았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선수들은 9일(현지시간)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에서 25대 31로 져 3·4위전으로 밀려난 뒤 라커룸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보다 못한 강재원(48) 감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부터 인상 쓰고 우는 선수는 비행기에 태워 집으로 보내 버리겠다.” 선수들은 울음을 그쳤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노르웨이와의 4강전은 처음부터 승산이 낮은 경기였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릎을 다친 플레이메이커 김온아(24·인천시체육회)는 여전히 뛸 수 없었다. 예선전을 거치며 다친 선수들도 속출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선수들이 계속 뛰어야 했다. 주장 우선희(34·삼척시청)는 조별리그와 8강전까지 6경기를 연속으로 교체 없이 60분씩 계속 출전하고도 또 준결승전 60분을 소화했다. 우선희는 경기 후 “내가 뛰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겠는데 발이 안 나가더라”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지친 선수들을 교체해 줄 여력이 없었다. 노르웨이전 전반 10분쯤 손목을 심하게 다쳐 벤치에 있던 심해인(25·삼척시청)이 강 감독에게 “나가서 수비라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정도였다. 마음은 가는데 발이 따라가지 못하자 한국 특유의 속공이 나오지 않았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던 팀워크도 깨졌다. 이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강재원호’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1시 런던 올림픽파크 내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동메달을 놓고 스페인과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스페인은 세계 랭킹이 16위로 한국(8위)보다 낮다. 하지만 유럽 팀들의 수준 차이는 랭킹과 별로 상관없기 때문에 얕잡아봐선 안 된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31대 27로 이겼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브라질 세계선수권대회에선 26대 29로 졌다.

강 감독은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이겼지만 껄끄러운 팀이다. 3·4위전은 그동안 많이 뛰지 않은 선수들까지 총동원해서 최선을 다해 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이후 이번 런던대회까지 올림픽 8회 연속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를 제외하고는 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