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격전지 알레포 퇴각… 아사드정권 기사회생 조짐
입력 2012-08-10 19:12
‘모든 전투의 어머니’라고 불린 격전지 알레포에서 시리아 반군이 후퇴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2도시 알레포가 수도 다마스쿠스에 이어 정부군에 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수도 심장부인 국가보안청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급격히 동력을 잃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알레포는 아사드 정권을 뒷받침하는 경제·정치·군사적 기둥이다. 친정부 성향인 상업도시 알레포의 경제 지도층은 시리아 내전 1년이 지나도록 평온을 유지, 주요 도시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 군사적 의미도 중요하다. 반군의 근거지인 터키 국경과 40여㎞ 떨어진 이곳을 반군이 장악하면 무기 수송이 용이해진다. 1953년 말 쿠데타로 집권했던 아디브 알 시샤클리 대령 역시 알레포가 등을 돌리면서 급속히 세력이 약화됐다.
◇반군, 최전선 살라헤딘 후퇴=알레포 전투의 핵심이자 남쪽 최전선 살라헤딘 지역에서 정부군이 헬리콥터와 제트기로 공습해 3일간 최소 2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 사령관 아부 알리도 “살라헤딘 몇몇 구역에서 퇴각이 이어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일주일 넘게 반군이 장악한 살라헤딘의 최전방이 뚫렸다고 전했다. 로이터 기자는 이날 살라헤딘 사원 근처를 찾아갔지만 통제됐으며, 폭격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군도, 반군도 보이지 않았다. 주민 몇 명만이 물건을 줍기 위해 위험 지역을 돌아다녔다.
전략적 요충지 외에도 충돌은 계속된다. 알레포의 북쪽 텔 리파트에선 시리아 공군 제트비행기가 로켓을 발사했다. 공황에 빠진 주민들은 급하게 집을 뛰쳐나왔다. 폭발음이 크게 울리고 올리브 과수원에서 검은 연기가 물결을 치며 하늘로 올라갔다. 트럭은 불길에 휩싸였다. 아이 여섯 명과 우는 여인이 급하게 집을 나섰다. 손에 올려놓은 코란에 입을 맞추는 여인의 머리와 손 위로 폭격이 가해졌다. 길 위의 남성들은 하늘을 멍하게 응시하며 절망에 빠졌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특사 유력= 유엔에 따르면 시리아 내에서 떠도는 ‘국내 난민’은 150만명, 최근 이틀 사이에 알레포를 떠난 ‘국제 난민’은 20만명이다.
정부군이 공급로를 장악한 알레포는 전기, 의료, 식품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적십자사는 몇 주간의 노력 끝에 처음 알레포에 진입했다. 1만2500명이 한 달간 먹을 긴급 식량과 의료 약품을 전달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반군에 심정적 동정을 보내고 있지만 군사적 개입은 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아사드 정권의 후원국 이란이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단체에 ‘진지하고 포괄적인’ 협력을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서방국과 중동 대다수 국가가 불참한 채 이란 주재 몇몇 외교관들이 시리아 사태를 놓고 수도 테헤란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란 정부는 회의 내용을 토대로 시리아에 요구를 전달했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이 시리아 사태에 책임지지 않는다며 항의성 사임 의사를 밝힌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특사 후임에는 브라히미 전 알제리 외교부 장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난 특사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이날 테헤란에서 유혈 사태 종식을 위해 국제회의를 가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시리아에서 승자는 없을 것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