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이기흥 한국선수단장, “유망주 줄어든 한국스포츠, 육성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12-08-10 19:12
“한국은 다음 올림픽에 런던과 같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무슨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번 대회를 피크로 하향세에 접어들 것입니다.”
런던올림픽 한국선수단 이기흥(대한수영연맹회장) 단장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어 기분은 좋지만 다음 대회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베이징대회에서 한국이 7위를 할 때 금메달이 역대 최다인 13개였지만 은 10개, 동 8개로 훗날을 기약할 유망주가 많았다는 것. 반면 이번 대회는 9일 현재 금 12개 외에 은 7개, 동 6개로 상대적으로 유망주가 적다고 말했다. 특히 저출산이란 사회분위기 속에서 힘든 운동을 시키려는 학부모가 적고, 있다 해도 야구 축구 농구 등 인기종목에만 쏠려 선수 확보가 어려운 현실도 올림픽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생활체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다음 올림픽 때 금메달을 적게 딴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회가 끝나면 엘리트 스포츠 육성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선수로 신아람(26·계룡시청)을 꼽았다. 신아람은 ‘멈춘 1초’에 따른 억울한 판정과 이후 특별상, 공동은메달 추진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자신의 힘으로 은메달을 따내 온갖 시비를 한번에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이 단장은 이어 마음을 아프게 한 선수로는 펜싱의 박경두(익산시청)와 이라진(인천중구청)을 들었다. 펜싱 선수단이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거의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남자 에페의 박경두와 여자 사브르의 이라진만 제외돼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선수단장이기도 했던 이 단장은 “아시안게임에 비해 올림픽 선수단은 규모와 경기종목은 적지만 주위의 압박과 관심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의 엄청난 열정과 지원이 있었기에 소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단 격려와 한국에서 온 ‘높은 분들’ 때문에 발에 물집이 두 번 잡혔을 정도로 강행군을 했다는 이 단장은 남은 일정에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런던=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