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약물중독→총기구매… 美 ‘외로운 늑대형 테러’ 비상

입력 2012-08-10 19:10

알카에다 등 해외 테러조직 분쇄에 국력을 쏟아왔던 미국에 ‘외로운 늑대’형 자생 테러리스트 비상이 걸렸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는 고립된 개인이 혼자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테러를 가리킨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트리뷴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시크교 사원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 웨이드 마이클 페이지(40)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가 외로운 늑대의 경로를 밟은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페이지는 백인우월주의 총기난사범의 전형적 특성을 나타냈다. 개인적·사회적 고립, 떠돌이 생활, 직장생활 부적응, 불안정한 이성관계, 약물 혹은 알코올 사용 등을 거쳐 결국 총기류에 매료되는 과정이다.

FBI와 다른 수사당국은 페이지의 존재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가 범행을 저지를 위험인물로 보지는 않았다. 증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증오범죄 조직은 지난해 현재 1274개로 2000년에 비해 65%나 늘었다.

특히 자생적으로 형성된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외로운 늑대형 돌출 테러는 테러 감행 시점이나 방식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쉽지 않아 예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커다란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익명으로 인터넷을 통해 이들 조직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도 잠재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가 노출되지 않는 주요한 요인이다. 수사당국이 감시하는 증오범죄 조직의 행사나 모임에 모습 한 번 나타내지 않는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있을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다른 인종이나 민족을 공격하는 증오 연설을 하더라도 직접 범죄에 연루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수사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법률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