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독도 첫 방문] ‘최악’ 치닫는 韓·日 관계
입력 2012-08-10 21:34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전망이다.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동중국해 대륙붕 연장 논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한·일 정보보호협정 등 잇단 악재로 이미 최악의 상황이었다. 여기에 타협이 있을 수 없는 영토 문제까지 전면 부상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태’로 치닫게 됐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각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고통치권자의 확고한 의지를 본 일본이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동북아연구소 이명찬 박사는 10일 “조용한 외교는 이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행동을 통해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일본이 오히려 더 강한 대응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 분쟁에 격앙돼 있는 일본인들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또 다른 심각한 영토 문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세 인상 등으로 정치적 코너에 몰려 있는 일본 정부는 이런 일본인들에게 ‘강한 외교’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란 것이다. 세종연구소 진창수 박사는 “위안부, 강제동원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더 멀어졌다. 양국 모두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 한·일 관계 해법이 나오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정권 말이면 악화되는 모습이 반복돼 왔고, 여기에는 대일 강경 대응이 취약한 정권의 지지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일본 도발 수준에 맞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문제를 제기해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시기가 적절했느냐는 비판도 있다. 일본이 중대 도발을 할 때 사용할 카드였는데 너무 일찍 빼들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군 당국은 이달 중순 실시할 예정이던 독도 방어 합동기동훈련을 내달 초로 연기했다. 군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무관하게 20일 시작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순연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최근 이 훈련에 대해 우리 정부에 항의했던 터라 일본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기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