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소비자의 반격] “공정사회로 가는 뜀틀”

입력 2012-08-10 18:51

“공동소송은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 소비자 피해를 구제받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의 법제연구팀 박희주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일 “공동소송이 활성화되면 부당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줄어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이라면서 그 예로 제조물책임법을 들었다.

제조물책임법은 지난 2000년 제정된 법으로, 물품을 제조하거나 가공한 자에게 그 물품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생명·신체의 손상 또는 재산상의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것이 골자다.

그는 “이 법이 시행되자 기업들이 사전에 안전사고에 주의를 기울여 사고가 크게 감소한 것처럼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게 되면 애초에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소비자단체들이 이끌고 있는 소송은 미국의 집단소송(Class Action)과는 다른 형태로 ‘공동 소송’이란 용어가 더 정확한데,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적지 않습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소비자원이 1500여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출자에게 전가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을 요구한 공동 소송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소송 참가자 4만2000명 전원이 각각 소장을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은행계약사본을 제출했다는 것. 이런 점에서 피해자 1명의 소송결과를 동일한 형태의 피해자들에게도 모두 적용해 배상해주는 미국집단소송(Class Action)이 효율적이다. 미국에선 배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만 제외신청(OUT)을 하도록 돼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이 바람직하지만 우리의 재판제도와는 잘 맞지 않으므로 소비자원을 비롯해 소비자단체들이 직접 소송할 수 있는 소송주체가 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면 공동소송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봅니다.”

국내의 민사재판은 원고가 패하면 피고의 법정 비용까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즉 배상을 신청한 소비자가 패소하면 피고인 기업의 법정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위험 부담이 커 집단소송이 외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소비자단체가 이해당사자가 아니어서 직접 소송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모아서 변호사를 소개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