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명정식] 플랑크톤

입력 2012-08-10 18:35

현재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14도 정도다. 하지만 지금부터 1억년 전에는 25도를 넘었다. 북극과 남극은 아열대성 기후였다. 극지방 얼음이 모두 녹아 해수면은 지금보다 250m 상승해 있었다.

해저화산 폭발로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 때문이었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태양열로 데워진 지구의 에너지를 흡수해 가둬두기 때문에 온실가스라고 부른다.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보다 최대 8배 높았다. 지구가 심각한 온난화 상태였던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다시 낮추고 생태계에 균형을 잡아준 것이 바다에 살던 식물성 플랑크톤이었다. 꾸준히 광합성을 했던 플랑크톤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놓았다. 죽을 때는 이산화탄소를 안고 바다 밑바닥에 쌓였다. 그렇게 쌓인 유기탄소를 오늘날 우리가 화석연료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석유가 신생대 제3기층에서 발견되는 이유도 플랑크톤과 관련이 있다. 당시 바다에 플랑크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바다의 온도는 천천히 낮아졌다. 대기도 식었다. 너무 식어 얼음이 지구를 덮는 빙하기가 찾아오고, 다시 화산폭발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빙하가 녹아 극지방으로 축소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리고 수백만년 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동식물이 번성한 지금의 생태계가 이뤄졌다.

이렇게 생태계 안정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식물성 플랑크톤이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악역’을 하고 있다. 이번 녹조현상을 일으킨 플랑크톤은 한강에는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 낙동강에는 마이크로시스티스다. 각각의 크기는 몇 ㎛에 불과하지만 대단한 생명력으로 번식을 거듭해 강물을 진한 녹색으로 바꿨다. 한강 서울구간에는 4년 만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 시민들은 녹색으로 바뀐 강물을 보며 걱정을 한다. 정치인들은 이게 누구 책임이냐며 서로 싸운다.

그렇다고 햇빛을 받아 부지런히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을 욕할 일은 아니다. 피조물에게는 제각각 존재이유가 있다. 어떤 때는 인간에게 이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때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한다.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인간의 탐욕이 문제일 따름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