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전력수요 예측 모델 바꿔라
입력 2012-08-10 21:45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전력수급 비상이 발령돼 제2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발생할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와 같은 대형 인재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지만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6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6%가량 올렸지만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원전의 안전성이 완벽하게 담보되지 않아 발전소 건설이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전력 당국은 무엇보다 수요 예측을 정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수요 예측만 정확하다면 새로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기존 발전소를 적절하게 가동해 전력 수급에 안정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력거래소의 수요 예측 모델이 만든 지 12년이나 지난 낡은 것이라 수요를 정확하게 계산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관련 당국에 따르면 지금 사용 중인 전력수요 예측 모델은 2001년 서울대 경제연구소와 전력거래소가 공동 개발한 모형이다. 이 모형은 날씨와 경제성장률 등 변동성이 큰 변수만 주로 따지기 때문에 정확도가 상당히 낮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6일 ‘주의’ 경보 (예비전력 200만∼300만㎾)가 발동된 것도 예측이 잘못된 탓이다. 이날 최대 전력은 7429만㎾까지 치솟았지만 예측치는 7384만㎾였다.
날씨의 가장 큰 변수인 기온 예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올 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예측하면서 8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기상청과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열대야도 늘 것이라는 민간 업체의 의견을 공통적으로 반영해 부정확한 데이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가변성이 심한 기상에 가중치를 두다 보니 수요 예측이 판판이 빗나간다는 것이다.
싼 전기요금 때문에 최근 10년간 전력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는 현상도 반영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기상이변으로 봄과 가을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전력수급 문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는 난제 가운데 난제지만 풀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