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기독교사대회’ 뭘 남겼나] 참스승·참교육… 새로운 교사가 온다
입력 2012-08-10 18:16
˝이번이 다섯 번째 참석이다. 복음의 관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할까 고민하다 이 행사에서 섬김의 모습들을 많이 발견해 계속 왔다.˝ 안한영·숭실고
˝공립 학교에 근무하고 있어 기독교사모임이나 기독동아리를 하기가 힘들었는데 여기는 모두 믿는 선생님들이니까 같은 고민들 나누고 신앙도 키울 수 있다. 특히 10년째 두 아이와 함께 참가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믿음의 친구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숙·영덕고
˝한 학기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여기서 풀고 하나님께서 회복시켜 주실 것으로 기대해 참석했다. 2학기 시작할 때 새로운 힘과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말씀을 붙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지섭·샘물기독초등학교
좋은교사운동(대표 정병오)이 1998년 이후 격년으로 개최하는 기독교사대회에 수많은 교사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들이다.
올해 기독교사대회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강원도 원주시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도 1600여명의 교사와 가족이 참가해 기독교사인 동시에 학부모로서의 대안을 모색했다.
‘새로운 교사가 온다’란 주제로 진행된 둘째날 주제 강의는 교사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는 자리여서인지 어느 프로그램보다 호응도가 높았다. 총 3부로 나뉘어 퓨전 강의로 진행된 셋째날 ‘새로운 학교가 온다’의 주제 강의에서는 좋은교사운동의 역사, 교육 현장에서 고민하는 교사의 눈물 등이 동영상으로 상영됐다. 이어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을 패러디한 ‘용감한 교사들’의 공연이 이어져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1부 힐링캠프에서는 실제로 무대에 텐트를 설치하고 캠핑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태현 현승호 교사가 진행한 힐링캠프에서는 세 명의 여교사가 나와 가정생활과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중 한 교사는 이번 대회의 주제를 패러디해 “현재 학교의 분위기는 ‘새로운 교사가 온다’가 아니라 ‘버티는 교사가 온다’가 더 맞을지 모른다”며 쓴소리를 했다. 교사들은 그러나 이곳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교회에서도 쉽게 풀지 못했던 나의 아픔이나 고민을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끼리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교사는 “기독교사대회에 오면 새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희망이 있다”고 정리했다.
이날 2부 주제 강의 강사인 임종화(영신간호비즈니스고) 교사는 “왜곡된 교육상황과 학생들로 인한 상처로 교사들이 많이 지쳐 있지만 오히려 이처럼 마음이 깨진 자가 새로운 교사”라고 정의했다. 상처 많은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자의 친구가 된 것처럼 깨진 마음을 가진 우리가 상처받은 학생들의 친구가 될 수 있고 교육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임 교사는 “고통 받는 학생들을 품고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교육을 위해 우리가 먼저 배움의 즐거움을 회복하고 성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독교사들이 공동체에 함께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과 학생들로 인해 마음이 힘들 때 그 틈으로 불안과 낙담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이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날에는 ‘새로운 학교가 온다’는 주제로 김진우(서울공고) 교사가 두 번째 강의를 했다.
오늘날 학교의 문제는 배움이 출세 경쟁의 수단이 되면서 오히려 배움의 욕구를 없애는 곳이 됐다는 데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와 함께 뒤떨어지는 학생들을 버리고 감으로써 학교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철학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새로운 학교는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학교’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책적 대안으로 학습부진학생을 돕기 위한 특별지원교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진도만 따라가는 수업이 아니라 교사의 자율성이 부여되고 학생들의 관심과 필요를 존중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학교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정책적 노력과 동시에 교실 현장의 살아 있는 실천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교사. 그가 새로운 교사”라고 결론을 맺었다.
기독교사들이 연수비 지원도 없고 연수 학점도 인정되지 않는 모임에서 3박4일이라는 시간과 참가비를 내고 참가한 이유가 김 교사의 말에 그대로 녹아 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독교사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원주=글·사진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