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해피 하우스] 레질리언스와 외상후성장

입력 2012-08-10 18:10


1989년 동유럽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루마니아의 해괴한 가족 정책이 세상에 알려졌다. 1965년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인구 배가 정책으로 모든 여성이 45세까지 다섯 아이를 낳도록 했다. 다섯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너무 가난한 가정들이 문제였다. 눈물을 머금고 처참한 시설의 고아원에 15만명 이상이 넘겨졌다.

고아원 아동들은 영양실조에 걸렸고 더러운 침대 하나에서 네 명이 잠을 잤으며, 겨울에 내복도 없이 추위에 떨었다. 많은 아동들이 심한 설사와 전염병으로 고생했다. 두세살 아이들이 걸을 줄을 몰랐고, 배변 훈련도 받지 못했으며, 큰 아이들의 폭력에 시달렸다. 이 비참한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러 나라에서 고아원 아동들을 입양했다.

심리학자 아메스(Elinor Ames)는 캐나다에 입양된 아동들의 변화를 연구했다. 이 아동들은 치료가 시급한 이상행동, 애착 불안 그리고 지능지수 저하 등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고아원에 오래 있었던 아이일수록 문제가 심각했다. 전통심리학에 의하면 이 아동들은 퇴행하는 불행한 아이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입양 2년 후 35% 아동들의 모든 문제들이 사라졌으며, 다른 35% 아동은 가벼운 문제만 나타냈다. 매우 처참한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회복된 아동들의 성장은 인간의 레질리언스(resilience) 능력을 입증하는 셈이다.

최근 ‘행복 과학’으로 불리는 긍정심리학은 전통심리학과 달리 레질리언스를 강조한다. 탄력성, 회복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나는 ‘되튐’이란 표현을 좋아한다. 멋지게 튀어 오르는 인생이 되려면 고통이 요구된다. 위험이 없으면 되튐도 없다.

폴 트루니어(Paul Tournier)의 책 ‘창조적 고통’을 보면 공자는 한 살 때 부친이, 루소는 태어나자마자, 데카르트는 한 살에, 파스칼은 세 살에 모친이 사망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생아였고 바흐, 루소, 사르트르, 스탕달, 보들레르, 카뮈, 볼테르, 바이런, 도스토옙스키 등은 모두 고아였다. 대통령, 총리, 왕들 중에 300명이 고아 출신이다.

이 위대한 사람들의 생애는 불행한 인생의 원인이 36개월 이전의 모성 상실에 있다는 전통심리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긍정심리학은 ‘외상후 성장’이라고 한다. 트라우마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성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슐레징어(Laura Schlessinger)는 ‘불행한 아동기, 행복한 삶(Bad Childhood, Good Life·2006)’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으며, 스토(Anthony Storr)는 ‘고독의 위로’라는 책에서 이별의 슬픔과 생의 고통을 극복하는 위대한 창조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해피 하우스는 삶의 고통이 성장과 창조의 바탕이라는 것을 아는 가정이다. 모나리자 미소의 83:17의 절묘한 조화처럼 83%의 행복만이 아니라 17%의 불행도 자원해서 선택하여 레질리언스와 외상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가정이다. 자기 소유의 17%를 이웃에게 나누는 고통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가정과 자녀들에게 17%의 고통도 경험시키지 않는 과잉보호 가정에서 레질리언스나 외상후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성서는 되튐의 능력을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고 강조하고 있다.(롬 5:3∼4)

<서울신대 교수·가정상담사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