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찜통 도시’ 오명 탈출기] 1도 낮추기 16년 전쟁 “대구, 이제 덜 덥심더”
입력 2012-08-10 18:34
“대구가 전국에서 제일 덥다고? 이젠 옛말이지∼!”
대구는 여름에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각인돼 있다. 대구 사람들 역시 대구 더위는 전국 최고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분지내륙형 특성으로 여름에 다른 지역보다 더울 수밖에 없는 대구. 하지만 대구시와 시민들은 무더위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6년 동안 폭염과 전쟁을 벌였다. 대구, 이제 ‘무더위 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명성을 벗고 녹색 친환경 도시라는 새 이름을 얻고자 한다.
대구시는 ‘무더위 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했다. 바로 여름 기온을 낮추는 것이었다. 처음 기온 낮추기 프로젝트를 시행할 때 ‘쓸데없는 데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16년 동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도전 “1도를 낮춰라!”=대구시가 무더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1996년이다. 대구 여름 기온을 낮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시작했다. 2006년까지 1차 사업기간 1100만 그루의 나무를 도심에 심었다. 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2차 사업을 벌여 1200만 그루의 나무를 더 심었다. 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09년부터 옥상녹화 사업을 벌여 54곳(표면적 1만7372㎡)의 주요 건물 옥상에 정원을 만들었다. 또 담쟁이 벽면녹화 사업, 쌈지공원 조성(148곳), 도심 폐철도 공원화(7.5㎞), 도심 수경시설 설치(160곳)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이 밖에도 2009년 만촌네거리에서 계명대 신당네거리까지 주요 도로 9.1㎞에 고정식 살수설비인 클린로드와 조경분수를 설치해 뜨거운 아스팔트의 온도를 낮췄다.
◇불가능이 현실로…여름 기온 낮아졌다=2001년 기상청과 계명대 정응호 연구팀이 대구 여름 최고기온을 조사해 본 결과 30년 전에 비해 평균 1.2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다른 시·도는 2도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녹화사업이 시작된 1996년 이후 대구 최고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적은 없었다. 2000년, 2002년, 2004년, 2005년, 올해는 전국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대구기상대는 10일 “대구의 여름기온이 낮아진 것은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꼭 도심녹화 사업 때문만으로 볼 수는 없지만 녹화 사업이 중요한 변수인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대구 더위를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직 아니다. 밤에 찾아오는 열대야는 대구시의 또 다른 숙제다. 올해의 경우 열대야 일수가 10일 오전 현재 19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길었다. 지난해와 2010년에도 각각 14일과 29일로 열대야 일수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근직 대구시 환경정책과 기후변화담당 계장은 “여름 낮 기온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열대야가 남아 있다”며 “대구시는 내년에 열대야 극복을 목표로 연구 과제를 설정해 바람길을 막지 않는 친환경 공법, 길거리 분수대 설치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