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불꽃 투혼 女배구, 졌지만 끝이 아니다

입력 2012-08-10 01:39

‘아쉽지만 후회 없는 경기였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4강전에서 미국에 세트스코어 0대 3(20-25 22-25 22-25)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 배구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비록 세트 스코어는 0대 3이었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접전이었다. 다만 조별 예선 4차전과 마지막 5차전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을 치러 체력이 바닥난 게 아쉬웠다. 한국은 1, 2세트에서 중반까지 대등하게 경기를 끌고 갔지만 후반 체력과 집중력 부족으로 아쉽게 세트를 내줬다. 한국은 마지막 3세트에서 한때 5점차까지 뒤진 상태에서 ‘주포’ 김연경(24·흥국생명)의 활약으로 21-21 동점까지 만들었지만 뒷심 부족으로 패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번 대회에서 ‘배구 영웅’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줄 정도로 큰 인상을 남긴 김연경은 20점을 올렸다.

하지만 1976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 이후 무려 36년 만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세계 랭킹 15위 한국은 사실 이번 대회에서 중위권 전력으로, 예선 통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죽음의 조’라고 불린 B조(미국, 브라질, 세르비아, 중국)에서 살아남았고, 8강에서는 이탈리아마저 격파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한국의 결승 진출을 막은 미국 선수는 데스티니 후커(1m95)였다. 미국의 주포 후커는 지난 2009∼2010시즌 V리그에서 GS칼텍스 소속으로 활약한 바 있다. 당시 교체 선수로 한국에 온 후커는 팀의 14연승을 이끌어 한국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높이뛰기 선수 출신으로 서전트 점프가 무려 106.7㎝(42인치)나 되는 후커는 큰 키와 흑인 특유의 탄력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으로 무려 24득점이나 올렸다.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은 11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11일 오후 7시30분)에 열린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