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쟁 부른 테디베어 인형

입력 2012-08-09 19:36

지난달 4일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하늘에 때 아닌 공중강습이 이어졌다.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테디 베어(사진). 스웨덴 인권운동가 토마스 마제티와 한나 프레이, 스웨덴 광고인 페르 크롬웰은 이날 소형비행기로 벨라루스 영공에 진입해 800여개의 곰인형을 투하했다. 인형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한 벨라루스 사람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들은 당시 “벨라루스 정부의 인권탄압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테디 베어 공습사건’은 스웨덴과 벨라루스 간 외교전쟁으로 커졌다. AP와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외무부는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자국 대사관을 철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스웨덴 정부에도 민스크 주재 대사관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사건 이후 외교관 추방과 신임 대사 입국 거부 등으로 맞서던 두 나라의 팽팽한 신경전이 국교단절을 불사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사태가 악화되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18년간 장기집권하며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말 경비행기의 영공 침입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국경수비위원회 위원장과 공군사령관을 해임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