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때문에 남해안 멸치도 안 잡힌다

입력 2012-08-09 19:34

연이은 폭염으로 남해안에서 멸치떼가 사라지고 있다.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멸치 어획량이 급감, 마른 멸치 품귀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9일 경남 통영 기선권현망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부터 20여일째 바다물 온도가 섭씨 27∼28도까지 올라가면서 남해 미조에서 사량도·욕지도·거제도·가덕도로 이어지는 멸치 어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기선권현망수협은 매년 4∼6월 금어기를 끝내고 7월부터 조업을 재개해 주요 어장인 통영 욕지도 해역 등으로 출어하고 있다. 하지만 빈 그물로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기선권현망수협 진장춘 조합장은 “멸치는 보통 바다 수온이 23∼24도일 때 어군을 형성한다”며 “그러나 올해는 이상폭염이 지속돼 수온이 상승하면서 수온에 민감한 멸치떼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협 위판장에서는 하루 평균 5∼6만 포대(한 포대 1.5㎏)의 멸치가 위판됐었다. 그러나 올해는 7월 말 들어 하루 2∼3만 포대로 절반이나 줄었다. 지난 7월 한 달 위판고는 1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3억원보다 36억원 감소했다. 진 조합장은 “유류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선단별로 하루 1300∼1400 포대의 멸치를 잡아야 출어 수지가 맞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8월에는 선단별로 10 포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상품성 있는 소멸(볶음용)이 아닌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대멸(국물용)이어서, 건조 비용을 아끼기 위해 생멸치로 출하하고 있다.

이처럼 멸치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멸치잡이 어민들은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위판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멸치잡이 어민 유욱환(46)씨는 “배를 놀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출어하고 있지만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최근 적조와 해파리떼 출현도 멸치떼를 멀리 쫓아버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선권현망수협의 보상과 직원 권중원씨는 “폭염과 적조현상 등으로 유례없는 멸치잡이 불황이 찾아와 업계의 줄도산이 걱정된다”면서 “찬바람과 태풍으로 바다 상태가 바뀌지 않는 이상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통영=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