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탈영 현역 대위, 女장교와 교제문제 다투다 총기 자살… K-2소총·실탄 30발 소지 부대선 ‘깜깜’
입력 2012-08-09 22:03
현역 육군 대위가 무장 탈영한 뒤 교제를 거부한 여장교와 다투다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군의 기강 문제와 탄약·총기 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한 군인아파트 계단에서 9일 오전 3시20분쯤 육군 모 부대 소속 정모(33) 대위가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여장교 A대위(26)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 당시 정 대위와 A대위는 사귀는 문제로 심하게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 대위가 다투던 중 탈영하면서 가지고 온 K-2 소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A대위는 집 안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옆방에 있던 한 여성 장교와 주민들도 다투는 소리와 총성을 듣고 경찰에 신고했고 10여분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정 대위와 A대위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대위는 현재 장성의 한 부대에서 교육을 받으며 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연천 지역 부대에 근무하는 정 대위는 전날 일과를 마치고 K-2 소총과 실탄 30발을 소지한 채 탈영,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A대위를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전날 정 대위 소속 부대에서 오전 사격훈련이 있었고 훈련에 참가했던 정 대위가 소총과 실탄을 반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군은 장교가 무장 탈영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여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더욱이 정 대위가 경기도 자신의 부대에서 전남 장성에 있는 A대위의 아파트까지 350㎞ 이상을 이동하는 동안 해당 부대가 소총과 실탄 분실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직후 각급 부대에 ‘총기관리 강화’를 지시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장성=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