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텃밭서 납작 엎드린 비박 ‘박정희 찬가’로 환호 진풍경

입력 2012-08-09 19:16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 경선 후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대구는 대구스타일, 구미는 구미스타일, 안동은 안동스타일로 각자 잘하는 것을 찾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인용해 자신의 텃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전날까지 5·16 역사인식과 공천헌금 의혹을 물고 늘어졌던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은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본거지인 점을 감안한 듯 일제히 ‘박근혜 때리기’를 자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제가 꿈꾸는 대구스타일은 전통산업의 토대 위에 첨단산업을 이전하는 것이고, 경북스타일은 새로운 도청과 함께 에너지·관광이 미래의 모델이 되는 깨끗한 지역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첨단의료복합단지 건설과 대구 공군기지 이전 등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비박 주자 중에선 그나마 김문수 경기지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 전 위원장을 안심하고 당선시키려면 청와대로 가기 전에 주변 친·인척 측근 비리를 깨끗이 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듯한 발언이어서 체육관을 가득 메운 박 전 위원장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비박 주자들은 구미가 고향인 박정희 전 대통령 향수를 자극하며 지지세 확산을 꾀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세계적인 결단력을 가진 우리의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을 위해 박수를 보내자”면서 “그 리더십을 그 딸이라야만 계승할 수 있느냐. 안상수가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가리켜 “나와 종친인데 내가 대선후보가 되면 집안 어르신들이 후보 사퇴를 요구해 걱정 없이 당선될 수 있다”며 폭소를 유도했다. 박 전 위원장도 아버지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의식한 듯 “산업화의 공도, 과도, 민주화의 공도, 과도 내가 안고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체육관을 가득 메운 박 전 위원장 지지자들이 비박 주자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김 지사는 연설회 시작 전 박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50대 남성에게 멱살을 잡혔고, 김 지사를 소개하는 영상에 고(故) 최태민 목사와 박 전 위원장이 함께 찍힌 사진이 나오자 “꺼라. 그만 치워라” 등의 야유가 쏟아졌다. 체육관엔 8000여명이 운집해 지역 순회 연설회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지만, 박 전 위원장이 두 번째로 연설을 마치자 대부분 자리를 떴다.

김천=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