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바라보는 북한의 전략 크게 달라져 내심 오바마 재집권 바라
입력 2012-08-09 19:14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 간 비공식 접촉에서 북측이 이전보다 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임박한 미 대선을 앞둔 북한의 대미(對美)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 부국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북·미 접촉에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비핵화는 요원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천명했다. 또 최 부국장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한·미 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도 거론했다.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예정에 없던 ‘북한은 우주개발 주권과 핵에너지 개발, 이를 위한 경수로 건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배포한 강경 입장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29 합의가 깨진 이후 처음 열린 양국 간 비공식 ‘트랙2’ 접촉이었던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큰 실망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에 대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이 끝나기까지 미국과의 핵 문제 협상을 당분간 중단하고 대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호로 풀이한다. 미국도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북한을 ‘다독이려는’ 의도가 강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워싱턴 소식통은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제1원칙은 핵실험 등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북한 변수가 돌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강경태도를 보였다지만 대선 때까지는 관망한다는 ‘기본’은 지킬 것이라는 점에서 2008년 대선 때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보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핵 실험을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통해 협상판을 키워 제2기 오바마 행정부와 담판을 하겠다는 게 북한의 기본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8년 미 대선 당시 선거일에 임박해서 핵 문제 협상에 제동을 걸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2007년 2월 6자회담 ‘2·13’ 합의문을 채택한 북한은 북·미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한 2008년 6월 27일 영변 냉각탑을 폭파하고도 8월에는 미국의 대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발표 보류조치를 이유로 불능화 중단과 핵시설 원상복구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 강공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했던 버락 오바마 후보를 길들이려는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