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조사범위 국한”-비박 “의혹 다 털고가자”… 시작부터 삐걱대는 ‘공천헌금’ 진상조사委

입력 2012-08-09 19:16

새누리당 4·11 총선 공천헌금 의혹을 조사할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조사 범위를 두고 친박근혜계와 비박(非朴·비박근혜) 측이 시작부터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며 성과보다는 당내 분란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지도부와 친박계는 경선주자 5명을 포함한 ‘5+2’ 연석회의에서 합의된 대로 파문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금품수수 혐의에 조사 범위를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위원회가 9일 국회에서 의결한 위원회 이름도 ‘현기환·현영희 공천 금품수수 의혹 진상조사위원회’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 조사위원인 김재원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입장 차이가 조율되겠지만 당과 연석회의에서 정한 직무 범위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박 주자들은 공천 전반으로 확대하자며 벼르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추천한 조사위원 김용태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안팎에 그야말로 흉흉한 소문이 끊이질 않는다”며 “현 전 의원과 현 의원 건만 국한해서 조사를 한다면 진상조사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차명계좌 후원 문제로 파문이 번지고 있기 때문에 연석회의에서 합의했을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다 털어야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홍원 공천심사위원장이 책임자였으니까 모셔서 공천 기준과 후보자 검증 절차를 물어봐야 한다”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전 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 진영은 당내에서는 소수·비주류이지만 진상조사위에는 이봉희 위원장을 제외한 8명 중 4명이 포진했다. 수사권이 없어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시중에 떠도는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고 ‘박근혜 책임론’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정치공방의 장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친이명박계와 친박계가 팽팽하게 맞붙었던 계파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진상조사위는 10일 첫 회의를 열고 향후 일정과 조사 범위 등을 논의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