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숭 뚫린 기부금법… 가입 절차 안거치고 기부금 내도 많은 단체서 회원으로 분류

입력 2012-08-09 19:13


비영리단체들이 임의대로 기부금을 모금해 활동하는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

9일 국민일보가 취재 결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법)을 어긴 단체 대부분이 “회원들이 낸 돈이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기부금법 제2조는 ‘(해당 단체의) 소속원으로부터 모은 금품’은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정한 등록 절차를 거쳐 단체에 가입한 회원이 내는 후원금이나 가입비 등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회원은 후원금 모집 목적과 사용계획을 설명한 약관에 동의한 사람에 한정된다.

그러나 기부금 모집 단체들 중에는 기부금을 낸 시민들이 회원 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회원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 곳이 많다. 회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단순히 길거리 서명에 참여하고 기부금을 낸 시민을 회원 목록에 포함시키거나 일단 기부금을 모집하고 나중에 회원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해당 단체가 신고하지 않는 한 기부자가 회원인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최근 일부 시민단체들이 임의대로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런 단체가 워낙 많아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카페 서비스를 통해서 홈페이지를 개설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늘면서 기부금 모금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회원가입 과정에 후원금 약관 동의절차가 빠져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벌이는 모금활동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단체 회원인지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 회원을 단체 소속원으로 봐야 하는지에 관한 법적 기준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올바른 기부문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활동가 박희태(60)씨는 “건전한 기부문화가 정착되려면 법 규정이 세분화돼야 하고 단체들도 법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