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헌금 의혹] 부산 친박에 무차별 살포… ‘현영희 리스트’ 공포
입력 2012-08-09 19:12
현영희 의원이 친박 실세 의원들과 부산지역 의원들에게 대대적으로 차명 후원금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새누리당 공천헌금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 의원의 차명 후원금 제공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기환 전 의원에게 공천헌금이 전달됐을 가능성에도 더욱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 현 의원으로부터 차명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파악한 인사만 15명에 이른다. 이정현 최고위원, 현경대 전 의원, 부산의 S, R, L, K, K, J, Y 의원, 손수조 후보 등이 포함됐다. 당 주변에서는 부산 지역의 H, L, K 의원이 추가로 현 의원으로부터 차명 후원금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후원금 전달은 주로 현 의원의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인 정동근씨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최고위원의 경우 정씨의 부인 친구 이름으로, 현 전 의원에게는 정씨 부인 명의로 각각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중앙선관위 제보에서 현 의원이 지난 4·11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부산 지역 5∼6명의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100만∼500만원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개인이 후원회에 낼 수 있는 후원금 한도는 연간 2000만원이다. 1회 익명으로 낼 수 있는 후원금 한도는 10만원이고 연간 120만원이다. 현 의원의 경우 익명이 아닌 정씨 부부 등 차명으로 후원금을 낸 경우에 해당한다.
검찰은 우선 후원회 계좌 등을 통해 차명 후원금 수수 내역을 확인하고,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차명 후원금을 준 것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대가성이 밝혀져야 사법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 후원금을 받은 당사자들이 후원금 수령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의원 및 후보자 후원회에는 정체불명의 후원자들이 보낸 후원금이 적지 않다.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후원금을 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9일 “현 의원은 중앙선관위에서 고발한 양이 굉장히 많아 조사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넘긴 자료만 100페이지가 넘는다. 그만큼 공천헌금 외에도 차명 후원금 전달 의혹과 관련된 조사 내용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검찰은 현 의원이 공천 로비를 하기 전에 인맥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친박계 의원들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현재 3억원 공천헌금 수사에 주력하는 상황이라 차명 후원금 수사를 본격적으로 할 여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차명 후원금을 제공한 현 의원만 사법처리하고 후원금을 받은 사람들은 대가성 규명을 위한 추가 조사를 하겠지만 무혐의로 처리할 공산이 커 보인다.
김재중 기자, 부산=이영재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