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3% 동결… “연내 추가 인하” 시그널도

입력 2012-08-09 19:00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경기침체 우려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데다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시장에서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컸다. 다만 국내외 경기 변화에 따라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놨다.

금통위는 9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재정위기에 대한 적극적 의지 표명 등으로 불안심리가 다소 완화됐고 7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낮게 나타났다”며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기다려보자는 판단이 강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린 뒤 시장금리는 일제히 하락했지만 아직 피부에 와 닿는 경기부양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실제 내수 경기는 얼어붙어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5월 105에서 6월 101, 7월 100으로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생활형편이나 경기·수입 등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지난달 물가도 전년 동월보다 1.5% 상승해 전월(2.2%)보다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져 전월보다 0.1% 포인트 떨어졌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 재정·금융·규제개혁 등을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두 달 연속 금리를 내리면 금융당국이 경기인식을 비관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경기침체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지 않은 것도 해외공조를 중시해 온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금통위는 ‘출구’를 열어뒀다. 경기상황이 심각한 만큼 하반기 중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사인’을 시장에 보냈다.

김 총재는 “금리를 언제 내린다고 말씀드릴 순 없다”면서도 “경제상황에 적합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한은은 다음 달 금통위 회의부터 의사록 공개시기를 기존 6주에서 2주로 대폭 단축키로 했다. 한은은 “통화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의사록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