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 장교 소총 미반납 사실 당직자가 확인도 안해

입력 2012-08-09 19:04

9일 발생한 육군 현역 대위의 총기자살 사건으로 전방부대의 총기 및 탄약관리 실태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사격훈련에 사용한 뒤 무기함에 보관돼 있어야 할 소총이 반납되지 않았는데도, 해당부대는 10여 시간이 지나도록 반납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 지휘통제실에 있어야 할 탄약이 30발이나 사라졌지만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경기도 연천의 모 부대 교육장교인 정모(34) 대위는 8일 오후 6시20분쯤 K-2 소총과 실탄 30발을 갖고 퇴근했다. 오전 사격훈련 때 지급받은 소총이었다. 사격훈련이 끝나면 통상 소총과 탄약은 현장에서 통제장교나 탄약관리관이 모두 수거해 본부중대 총기함에 보관한다. 총기함은 정·부 책임자가 각각 다른 열쇠를 갖고 있어서 두 사람이 함께 열어야만 열리도록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다.

그러나 정 대위가 소총을 반납하지 않았는데도 훈련 현장에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오후 5시쯤 당직근무사관이 총기함을 점검하다 정 대위 소총이 없자 반납을 요구했고, 정 대위는 “바빠서 깜박 잊었다. 곧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정 대위가 소총을 반납하지 않고 퇴근했지만 당직사관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탄약 수량도 매일 점검되는데, 지휘통제실 탄약은 관리자가 정 대위였다.

정 대위는 자신의 승용차에 소총과 탄약을 싣고 부대를 빠져나갔다. 경비병은 그의 차량을 검색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하는 정 대위의 승용차여서 의혹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정 대위가 자살 현장인 전남 장성의 모 부대 독신자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도 검문·검색은 없었다. 해당 부대에선 총기 분실 사실을 몰랐고, 따라서 상부에 보고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독신자 숙소도 경비병이 없어 정 대위는 아무런 제지 없이 소총과 탄약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정 대위는 책상서랍에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서 총기를 난사했다면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적을 접하고 있는 전방부대에서 총기와 실탄이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 부대가 소속된 사단은 이미 두 차례 총기 사고가 발생했던 곳이다. 1984년 병사가 총기를 난사해 사상자 20여명이 발생했고, 2006년에도 8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허술한 총기 관리로 비판을 받았다.

육군 관계자는 “총기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허둥지둥 대비책을 보완하는 ‘뒷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