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엄마보다 올림픽이 쉬웠어요… 30대 중반 두 슈퍼우먼 8년간 패배없이 위업

입력 2012-08-09 22:08

비키니를 입은 미스티 메이-트레너(35)와 케리 월시-제닝스(34)가 모래밭에 무릎을 꿇고 부둥켜안았다. 8일(현지시간) 런던 호스가드 광장에 임시로 모래 2000t을 뿌려 만든 비치발리볼 경기장. 영국 왕실 기마병이 근무하는 광장은 20대 초반 늘씬한 선수들을 모두 꺾고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엄마이거나 곧 엄마가 될 두 철녀를 향한 기립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미국의 메이-트레너와 월시-제닝스 조는 이날 결승에서 같은 미국팀 제니퍼 케시와 에이프릴 로스 조를 경기 시작 36분 만에 2대 0(21-16, 21-16)으로 꺾었다. 이들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베이징을 거쳐 런던까지 올림픽 본선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세 번째 금메달을 땄다. 그것도 이번 대회에서 호주 팀에게 한 세트를 내주지 않았다면 모두가 2대 0 일방적인 승리였다.

메이-트레너는 경기 후 BBC에 “이건 나의 마지막 게임이다. 이제는 아내와 엄마가 될 시간”이라고 말했다. 메이-트레너는 LA다저스 포수 매트 트레너와 결혼하며 이름 뒤에 ‘트레너’를 붙였고 아직 아이는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미국 ABC 방송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한 메이-트레너는 운동선수에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했다.

이때 파트너인 월시 역시 남자 비치발리볼 선수 케이시 제닝스와 결혼해 월시-제닝스가 됐다. 2009년 5월 첫 아들을 출산했고 1년도 안 돼 둘째 아들도 낳았다. 하지만 부상도 출산도 두 철녀의 운동 본능을 꺾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다시 한 팀을 이뤄 비치발리볼 올림픽 3연패를 위해 뛰겠다고 선언했다. 기저귀 브랜드 팸퍼스의 모델인 월시-제닝스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워킹맘이 되길 원했다. 엄마로서 이기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보여 주겠다”고 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