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맨 몸 드러나지 않게 꽁꽁 싸매고 역사적 레이스… 사우디 첫 여자 육상 선수 아타르

입력 2012-08-09 18:53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여자 육상 선수인 사라 아타르(20)가 마침내 트랙 위를 달렸다.

흰색 후드를 쓰고 녹색 긴소매 상의와 발목까지 가리는 운동용 러닝 팬츠를 입은 아타르는 8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800m 예선에 출전해 2분44초95를 기록했다. 예선 1위로 준결승에 오른 앨리시아 존슨(미국·2분00초47)보다는 44초가 늦었다.

비록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여성 차별이 심한 사우디 출신으로 처음 올림픽에 출전해 역사적인 레이스를 마친 그에게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는 닷새 전 히잡을 쓰고 여자 유도 78㎏급에 출전한 워잔 샤흐르카니(16)와 함께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두 명의 사우디 여성 중 한 명이다.

사우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지닌 아타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 중이다. 프로 선수들에 비해 아직 아마추어 수준인 그는 레이스 중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그때마다 관중은 큰 박수로 그를 응원했다.

그는 이날 레이스를 마친 뒤 “역사적인 순간이고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전진을 향한 큰 발자국을 내디뎠다”고 자평했다. 이어 “사우디의 더 많은 여성이 스포츠에 참여할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