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30대 올드 보이 삼총사 “올림픽무대여! 안녕”
입력 2012-08-09 18:48
평균 나이 32.3세인 ‘올드보이 트리오’가 마지막 올림픽을 은빛으로 물들였다.
오상은(35·세계랭킹 11위), 주세혁(32·10위), 유승민(30·17위)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은 8일(현지시간) 런던의 엑셀 제1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대 3으로 패했다. 비록 만리장성을 넘진 못했지만 노메달에 그칠 뻔했던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살려준 귀한 메달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걸쳐 한국 탁구계를 풍미한 유남규와 김택수의 쌍두마차 시대를 거쳐 2000년대는 이들 트리오의 시대였다. 특히 유승민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인전에서 당시 세계 최강 왕하오(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따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덧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몸과 마음이 성치 않아서 ‘부상병동’ ‘역대 최고령팀’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팀의 맏형인 오상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지난해 12월 소속팀이던 KGC인삼공사에서 갑작스런 해고 통보를 받은 후 은퇴 위기에 놓였다가 KDB대우증권 김택수 감독의 도움으로 라켓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오상은은 중국 대표팀 류궈량 감독보다 불과 1살 적다.
‘수비 달인’ 주세혁은 지난 3월 세계선수권 이후 2개월간 통증 때문에 기본적인 훈련도 할 수 없었다. ‘류머티스성 베체트(만성염증성 혈관질환)’라는 희귀질환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병은 잘 낫지 않으며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한다. 올림픽 출전은 고사하고 선수 생명 자체가 위험했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마지막 꿈을 위해 통증을 감수하며 뛰었다.
유승민 역시 지난해 12월 오른쪽 어깨 인대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꾸준한 재활 끝에 겨우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결국 은메달을 획득하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식 금메달,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한국 탁구계의 새로운 금자탑을 세웠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