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탈북어린이와 합창교향곡
입력 2012-08-09 18:48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은 음악가를 메신저라고 표현한다. 작곡가는 첫 번째, 연주자는 두 번째 메신저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율은 사람이 지어낸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보내주는 것을 받아 적고 표현한 것이라는 뜻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음악은 하나님이 주신 멋진 선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정명훈 선생은 또한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합하고 화합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 음악가들로 구성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를 창단해 매년 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한 공연은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였다.
내가 일하는 한우리 독서지도봉사단이 돕고 있는 곳 가운데 탈북 어린이들이 공동생활하며 공부하는 겨레얼 대안학교가 있다. 이곳의 대표도 음악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는 북한에서 아코디언 교육을 받은 대학생 딸이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으니 아코디언 교육부터 시키고 싶다고 했다. 우리 봉사단에서 아코디언 10대를 후원해 7명의 아이들이 레슨을 받고 있다. APO 공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음악회에 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탁드렸더니 기꺼이 초대해 주었다.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천극장을 가득 채웠다. 무대 위에 있는 단원들과 계단 양쪽에 자리잡은 합창단원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몇 시간째 리허설을 했다. ‘음악의 힘이 살인적인 무더위도 이기는구나’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정 선생은 “한 마음으로 몇 천 명이 모이면 이 기운이 분명히 어딘가에 전달될 것”이라고 인사한 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지휘했다. 섬세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이끄는 손동작에 따라 음악이 메아리되어 널리 울려퍼졌다.
1, 2장이 진행되는 동안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3악장부터는 조금 관심을 기울이는 듯했고,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4악장에서는 꽤 집중하며 듣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은 좀 어려울지 몰라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웅장하게 어우러진 음악이 힘차게 끝나자 모든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저 별 너머 창조주를 찾으라. 창조주 안에서 인류는 한 형제가 될지니….” 베토벤을 통해 주신 이 메시지가 합창교향곡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