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부, 뭘하기에 해외수감 국민 수도 모르나

입력 2012-08-09 18:40

외교통상부가 중국에 수감 중인 우리 국민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김영환씨 고문 사건’을 계기로 해외에 수감된 우리 국민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어이없는 일이 들통났다. 정부가 해외 국민들의 인권문제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는 것 같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답변을 통해 해외에 수감된 한국인은 1780명 정도이며 중국에 수감된 인원은 619명이라고 밝혔다. 불과 나흘 뒤인 31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 내 수감 인원을 625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가 그제 다시 말을 바꿔 해외에 수감된 우리 국민은 36개국 1169명이며 중국 내 수감자는 34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도대체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자료에서 불과 2주일 사이에 해외 수감 한국인 숫자가 600명 넘게 줄어들고 중국 내 수감자는 절반으로 줄어든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김 장관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거짓 보고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또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작성한 관련 공무원들을 엄히 문책해야 할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처럼 수감자 수가 갑자기 줄어든 원인이 통계상의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행태다. 전산 시스템에서 수감자가 풀려났을 경우 ‘석방’ 버튼과 ‘출소’ 버튼을 모두 눌러야 수감자 집계에서 빠지는데 일부 수감자의 경우 사건이 종료된 뒤 출소 버튼을 누르지 않아 석방 사실이 통계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무 착오일 뿐이지 실제 개별 수감자에 대한 관리는 잘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2005년 도입된 뒤 2010년 업그레이드까지 마친 영사 전산 시스템을 지난 7년간 그대로 방치하고 오류를 고치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해외에 나간 뒤에는 현지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 재벌기업 간부를 만나 접대골프나 치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시간을 죽인다는 교포들의 지적이 사실일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놀기에 바빠 골치 아픈 영사 업무는 아예 손을 놓으니 전산 시스템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외교부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외국에 수감된 자국민 보호의 첫 단계가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확한 통계라는 점은 삼척동자라도 알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그런데도 반성과 자책은 없이 엉뚱하게도 전산시스템에 원인을 돌리는 외교부의 태도는 비겁하기 짝이 없다.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문 번역 오류, CNK 주가조작 사건 개입이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 아니란 점을 이번 사태가 명백히 웅변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