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화청사에 눈 먼 공공기관들

입력 2012-08-09 18:40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혁신도시특별법에 따라 지방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들이 호화청사 건립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이 확정된 147개 기관 가운데 기존의 건물을 빌려 쓰겠다는 곳은 26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독립사옥을 짓고 있다. 임차를 희망한 곳도 자본금이 없는 연구소나 위원회 정도에 그쳐 호황청사 붐은 공공기관의 일반적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대구의 한국가스공사 사옥은 11층짜리 본관과 13층짜리 숙소 외에 5개 레인을 갖춘 실내수영장과 축구·테니스장도 짓는다. 경남 진주로 이전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4137억원의 건축비를 쓴다. 여기서 빚이 많은데 왜 호화청사를 짓느냐고 묻고 싶지는 않다. 한전이나 LH의 예에서 보듯 이들의 적자에는 기관 자체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혁신도시 이전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가 문제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호화청사가 그 대안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종사자라면 기본적으로 수도권 과밀과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이유로 지역의 랜드마크를 짓는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위험한 접근이다. 건물이 공룡처럼 크기만 할 뿐 지역성을 담거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상징건물은커녕 위화감만 초래할 수 있다. 도서관이나 체육시설은 지역과의 유대를 목적으로 한다는 설명 역시 주민들의 접근성을 따지면 명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일부 지자체 호화청사에 쏟아진 국민여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청사를 짓는 기관들은 서울의 건물을 매각하면 공사비를 충당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제값 받기가 어렵다. 비용이 부족하면 은행에서 빚을 낼 수밖에 없고,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면 예산에 기댈 것이 뻔하니 세금 내는 국민들이 매를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