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카디프 ‘銅戰’ 영웅을 부른다

입력 2012-08-09 18:50


11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남자 축구 동메달을 놓고 맞붙는 대한민국과 일본. 상대 팀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박주영(27·아스널)과 나가이 겐스케(23·나고야)가 그들이다.

박주영은 일본전에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가이는 트위터에 “(이번 한·일전이) 신의 장난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전의를 다졌다. 올림픽팀 간의 대결에서 한국과 일본은 4승 4무 4패로 팽팽히 맞서 있다. 균형은 둘의 발끝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64년만에 사상 첫 메달을, 일본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 동메달 이후 44년만에 다시 동메달을 노리고 있다.

◇‘한국 호날두’ 박주영=우여곡절 끝에 ‘와일드카드’로 홍명보호에 승선한 박주영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 선제골이 유일한 득점이다. 8강전에서 영국의 악동 크레이그 벨라미에게 뒤통수를 맞은 게 더 인상에 남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팬들은 박주영의 플레이에 실망했다. 그러나 브라질과의 4강전 후반에 교체 투입된 그가 “포기하지 마!”라고 외치며 동료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고 팬들은 다시 그에게서 희망을 봤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첫 메달, 병역 해결, 스카우트들의 눈도장…. 참 많은 것이 걸린 한판 승부다. 팬들은 박주영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 널 믿어!”

일본전에 유독 강한 박주영은 태극마크를 단 이후 일본전에서 6골(청소년대표 4골, 올림픽대표 1골, A매치 대표 1골)을 기록 중이다.

◇‘일본 메시’ 나가이=일본 올림픽 축구팀의 돌풍 중심엔 나가이가 있다. 일본의 원톱 나가이는 이집트전(예선 2차전)과 모로코전(8강전)에서 각각 1골을 뽑아냈다. 본선에서 날린 13개의 슛 가운데 유효슈팅이 7개나 된다. 그만큼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 키가 177㎝로 크지 않지만 50m를 5초8에 끊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개인기도 좋아 스루패스를 받으면 상대 포백라인을 일시에 무너뜨려 버린다. 그는 3세 때부터 5년간 브라질에 살면서 개인기와 기본기를 닦았다. 나가이는 이집트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수비수와 충돌해 왼쪽 허벅지를 다쳤다. 성치 않은 몸으로 멕시코와의 준결승전에 풀타임으로 출장한 그는 몸놀림이 둔했고, 수비진의 집중 견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나가이를 꽁꽁 묶을 비법은 압박 수비다. 우리 수비수들이 잊어서는 안 될 한 가지. 나가이는 일본 대표팀에서 최다 득점인 3골을 기록 중인 측면 공격수 오츠 유키와의 협력 플레이가 좋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