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의 꿈 ‘토지 결정판’ 나왔다
입력 2012-08-09 21:56
1994년 ‘토지’ 완간 기념잔치에서 작가 박경리(1926∼2008)는 향후 계획을 묻자 “‘토지’를 다시 손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 도중 출판사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출간되는 바람에 ‘훼손’된 원고가 눈에 밟힌 것이다.
작가 생존 당시인 2002년부터 시작된 토지 정본 확정 작업이 10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오자, 누락 및 왜곡된 문장 등을 전부 손 본 토지 결정판이 9일 원주 토지 문화관 출간 간담회에서 공개됐다.
수정작업에는 ‘토지’로 학위논문을 쓴 박상민 가톨릭대 교수 등 5명의 편찬위원과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측이 참여했다. 출판사 측은 “4만장 분량의 방대한 원고를 연재본과 일일이 대조,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비틀렸던 단어와 문장을 무수히 살려냈다”고 밝혔다.
예컨대 판본에 ‘우찌 그리 울어대는 자식보다 돈이 중하던고’였던 부분은 ‘우찌 그리 울 어매는 자식보다 돈이 중하던고’로, ‘줄 수도 없고요’는 ‘줄 술도 없고요’로 바로 잡힌 것이다.
편찬위원 박 교수는 “윌리엄 포크너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해 ‘훌륭한 작가지만 사전에 없는 단어를 쓸 만큼 용기 있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고 평했던 일화를 생전에 들려준 적이 있다”면서 “박경리야말로 문법에 구애받지 않고 모국어의 지평을 넓힌 작가”라고 평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