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시대로 간 ‘차태현 코미디’… 변치않는 깨알 웃음
입력 2012-08-09 18:08
9일 개봉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 영·정조시대에 활약한 실제 인물들을 내세운 코미디 액션 사극이다. 주인공 차태현이 맡은 이덕무(1742∼1793)는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실학자이고, 오지호가 연기한 백동수(1743∼1816)는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한 무관이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 이야기를 영화로 코믹하게 연출했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얼음이 금 못지않게 귀하던 영조 말기를 무대로 한다. 노회한 좌의정 조명수는 충직한 우의정 이성호를 제거하고 서빙고의 얼음 관리권을 독차지한다. 이성호의 서자인 덕무(차태현)는 조명수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누명으로 귀양살이하는 동수(오지호),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시조인 조조 의 무덤을 파헤친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등을 끌어 모은다. 그리고는 조명수의 얼음 3만정을 빼앗기로 결의한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웃음과 액션이 적당히 버무려진 점이다. ‘과속스캔들’(2008)과 ‘헬로우 고스트’(2010)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은 차태현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가 시종 웃음 나게 한다.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얼음을 훔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무술 장면도 볼만하다. 차태현과 극중 해녀인 백수련(민효린)의 로맨스는 2시간이 넘는 영화의 지루함을 덜기 위한 양념이다.
조연들도 영화의 이런 코믹 무드에 한몫한다. 폭탄을 제조하면서도 정작 청력이 약해 폭음(爆音)을 듣지 못하는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신정근, 약방의 감초처럼 없어서는 안 될 배역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성동일과 고창석의 즉흥 연기도 웃음 포인트다. 다만 오지호는 2010년 안방을 휘어잡은 KBS 2 드라마 ‘추노’에서 자신이 연기한 송태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부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은 유치하게 느껴질 법하다. 대포를 이용해 얼음을 깨는 과정, 서빙고와 연결된 땅굴로 밀려오는 물길 등의 장면은 확실히 어색한 티가 난다. 꽃미남 배우 송중기가 특별출연했다는데? 자막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보지 않으면 놓치고 만다. ‘의형제’(2010) 각색에 참가한 김주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12세 이상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