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군부 힘겨루기 진행”

입력 2012-08-08 21:45

올해 초 중국 공산당 지도부 설 연휴 만찬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을 지낸 장친성(章沁生) 장군이 취중에 후진타오 국가주석 앞에서 군 인사와 관련해 격한 발언을 쏟아낸 것. 목격자들에 따르면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 총참모장의 건배제의가 묵살됐고, 후 주석도 몹시 불쾌해하며 자리를 떴다는 후문이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중국 당 지도부가 갈수록 목소리가 커져가는 군부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이 차기 지도부 출범을 앞두고 군 간부들의 재산을 공개하는 등 ‘군기 확립’에 나서고 있지만 갈수록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며 발언권을 강화하는 군부와 쉽지 않은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당 고위직 정책 관계자가 “당 지도부는 이미 군부가 정치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외관상 당이 군부를 통제하더라도 내부적으로는 군부의 반응이 당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군부를 일방적으로 당의 통제 아래 두기에는 군의 입김이 너무 세졌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측근 군 인사들이 아직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것에서 엿보인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당 지도부가 보시라이의 측근으로 알려진 저우샤오저우(周小舟) 제14집단군 군장을 핵심 요직인 청두군구 사령부의 참모장으로 낙점했고, 보시라이로부터 자금 수수 의혹을 받아 온 주허핑(朱和平) 인민해방군 충칭 경비구 사령관도 보의 낙마 이후 4개월여 만인 지난달 27일 충칭시 주최 건군 85주년 기념행사에 나타났다. 명보는 이에 대해 당 지도부가 보시라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군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군의 안정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리는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가 지난 1일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기념일을 맞아 군복 차림으로 실탄사격 훈련에 참가했던 것도 군의 환심을 얻어 당대회에서 군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당과 군의 다툼이 실제로는 견제의 관계라기보다는 권력을 둘러싼 동반자적 관계라는 분석도 있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현 주석의 권력교체 과정에서 드러났듯 군권을 총괄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이 당 총서기직과 시차를 두고 승계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후 주석은 지난달 30일 군 최고위 장성을 대상으로 상장(우리의 대장에 해당) 승진 인사를 단행했는데, 6명의 승진자 모두가 후 주석 계열로 분류된다.

그런 측면에서 덩샤오핑 이후 그 누구보다도 태생적으로 군 인맥이 탄탄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군부와의 밀착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