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 “K팝·첨단IT… 한국만의 매력 특화하라”
입력 2012-08-08 19:49
③ 관광선진국이 보는 ‘한국관광’
스위스를 비롯한 관광선진국들은 어떤 매력으로 지구촌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까. 서울 면적의 1.8배에 불과한 홍콩에 한국의 4배가 넘는 외래관광객이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에서 근무하는 스위스 프랑스 홍콩 캐나다의 관광청 지사장들로부터 그들 나라의 관광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또 한국이 2020년 외래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구했다.
◇스위스
지난해 스위스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1500만명으로 스위스 인구의 2배에 해당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1년 조사에서 ‘여행 및 관광산업 경쟁력’ 1위를 차지한 스위스의 관광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관광은 화학, 기계, 시계에 이어 스위스 제4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스위스정부관광청의 김지인 한국사무소장은 “스위스 관광의 매력은 자연을 느끼면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광지가 자연을 훼손하면서 개발된 게 아니라 자연을 살리면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철도, 케이블카, 산악열차 등이 설치되더라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만든 ‘환경 친화형 관광인프라’가 스위스를 관광대국으로 만든 주역이라는 말이다.
스위스는 전 지역을 아우르는 통합 개념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면 2011년은 ‘걷기의 해’, 2012년은 ‘물의 해’ 등으로 일관된 메시지가 전국에 관통한다. 중앙정부가 통합 메시지를 만들면 지방정부는 ‘빙하 따라 걷기’ ‘포도밭 걷기’ 등 지역실정에 맞는 세부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식이다.
김 소장은 “인위적 개발을 통해 관광지를 발전시키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한국이 관광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스위스처럼 숙박업소의 품질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음식·쇼핑·환대서비스 등에서 국내관광객이 흡족해야 외국관광객도 만족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관광대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도시국가인 홍콩의 2011년 외래관광객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4192만명이다. 1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평균 체류일수 3.6일에 1인당 지출비용도 7333홍콩달러로 급증했다. 2009년 기준 홍콩의 관광산업은 GDP의 3.3%를 차지한다.
홍콩관광청의 권용집 한국지사장은 홍콩의 관광매력으로 쇼핑과 음식을 꼽았다. 권 지사장은 “글로벌 패션브랜드를 망라한 다양한 명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무관세 정책이 홍콩을 쇼핑 천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주류와 담배를 제외한 모든 상품이 면세인 홍콩은 축제 기간에 열리는 ‘메가세일’ 때는 항공권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쇼핑객들이 몰린다.
‘1000가지 표정의 홍콩’을 맛보고 느낄 수 있도록 관광객들로 붐비는 쇼핑몰과 레스토랑 사이에 갤러리 등 문화공간을 배치한 공간감각도 재방문객이 많은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홍콩을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계 3번째 미술시장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외국인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권 지사장은 한국이 관광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언어소통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아시아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한류상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문화소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2020년을 목표로 한 외래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전 국토가 박물관인 프랑스의 2011년 외래관광객은 7800만명으로 세계 1위, 관광수입은 미국과 스페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GDP의 6.3%로 높다. 프랑스의 주요 산업인 농업수입이 2009년 기준 42억 유로(5조9000억원)인데 비해 관광수입은 75억 유로를 차지한 관광대국이다.
프랑스의 관광매력은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전 국토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수도 파리는 물론 알프스를 비롯한 스키 명소, 대서양과 지중해를 끼고 있는 와인 명산지, 고성(古城)과 박물관, 음식, 각종 페스티벌 등 곳곳에 산재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관광산업의 밑천인 셈이다.
프랑스관광청의 프레데릭 땅봉 한국지사장은 “중년층, 중상계층, 젊은층 등 소비 잠재력이 큰 계층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 프랑스 관광의 지속적인 성장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마이스(MICE)산업과 가족여행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MICE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에서 딴 것이다.
땅봉 지사장은 “서구인들에게 한국은 관광보다 첨단IT 국가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며 “휴양 등 일반관광보다 MICE산업에 치중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MICE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의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K팝처럼 한국적인 매력을 찾고 강화시켜야 관광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캐나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캐나다는 최근 몇 년 사이 캐나다달러의 강세로 미국인 관광객이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외래관광객 2400만명이 방문한 관광대국이다. 2011년 관광수입은 7700만달러로 GDP 대비 관광산업 비중이 4.4%를 차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관광매력은 자연환경이 빼어난데다 정치, 경제,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점.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답게 각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성도 외국인들의 선호 이유 중 하나다. 도시마다 열리는 연중 축제와 골프, 카누, 카약, 낚시, 래프팅, 하이킹 등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레포츠도 강점으로 꼽힌다.
캐나다관광청의 변동현 한국지사장은 “사계절 프리미엄 관광지로서의 진가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7월 마케팅 프로그램 ‘SEC(Signature Experiences Collection)’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SEC는 캐나다만의 체험거리와 관광지를 엮는 마케팅 기법이다.
변 지사장은 “한국도 캐나다처럼 현지 사정에 밝은 지역업체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을 만들면 큰 호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