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남은 지문채취는 타이밍이 제일 중요”… FBI 요원들, 한국 경찰에 첫 실습교육

입력 2012-08-08 21:47


“신축성을 가지고 있는 피부는 정확한 지문을 남기지 않습니다. 또 부패 정도, 시신이 놓여 있던 상태에 따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 표면보다는 잔류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7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실습실에 학생들이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40여명의 경찰청 과학수사대원들과 해양경찰청, 국방부 지문 감식 전문가들이 6일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 실험실 요원 5명에게 과학수사기법 특별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노트 필기를 하고 실습 내용을 사진으로 찍으며 수업에 임하는 이들의 눈빛이 무척 진지했다.

FBI 요원들이 방한해 실습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교육은 FBI 범죄수사정보서비스(Criminal Justice Information Service)에서 FBI 국내 지부(The Legal attache)를 통해 경찰청에 실습교육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지난 6일 시작해 나흘간 진행된다.

교육 참가자들은 실습을 통해 시신 발굴, 현장조치, 피부 생리학 등에 대한 이론 교육과 변사자 지문 채취 및 피부지문 채취 기법을 배운다. 실험 주제는 2가지. 피해자의 피부에 남아있는 범인의 지문을 채취하는 과정과 피살자의 손상된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의 피부에 남아있는 범인의 지문은 주로 목이나 팔목, 발목 등에서 찾기 쉬운데 이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성공사례가 매우 드물다. 이날 모인 경찰들과 FBI 요원은 성공 케이스를 두고 토론하고 실험 내용을 교류했다.

50분 수업에 10분 쉬는 시간. 경찰들은 쉬는 시간에도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위해 FBI 요원 주위에 모여 얘기를 나눴다. 미국에서 혈흔흡수용으로 사용하는 종이를 만져보며 국내용과 어떻게 다른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실습이 시작되자 FBI 요원들은 직접 시신에 약품을 바르고 지문을 채취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지문을 면밀히 살피면서 곳곳에 남아있는 다양한 증거를 설명했다.

교육에 참가한 경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손부남(39) 수사관은 “지문 채취에 대한 다양한 실험결과와 최신기법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특히 범죄현장을 대할 때 기본을 가장 중시하는 환경과 제도가 마련돼 있고, 철학을 갖고 수사한다는 면에서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교육을 주최한 FBI 담당자는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한국 경찰과 FBI가 서로의 수사방법을 교류하며 배울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은 서로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