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모중학교 폭력대책委의 황당한 행태… 폭력 예방은커녕 은폐·축소

입력 2012-08-08 22:05

학교 폭력을 예방해야 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폭대위)가 오히려 폭력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가족들은 학교 측의 사건 축소·은폐 시도 때문에 2차 피해에 시달렸다.

한승우(가명·46)씨의 아들 창민(가명·14)군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 D중학교에 입학한 후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자 같은 반 이모군은 “눈곱 붙은 녀석은 회장 선거에 나갈 수 없다”며 수차례 창민군을 폭행했다. 창민군은 부회장으로 선출됐지만 이군은 “진상, 진따가 부회장이 됐으니 우리 반 망했다”는 등의 모욕을 주며 폭행도 계속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4월 27일 폭대위를 열고 가해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와 심리치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폭력은 계속됐다. 이번엔 이군 친구들이 창민군을 괴롭혔고 8월 말 10여명의 학생들이 창민군을 집단 폭행했다. 9월 2일 학교는 이 문제로 2차 폭대위를 열었다. 하지만 폭대위에서는 이 안건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해 선도위원회로 회부했고, 가해 학생들은 ‘교내봉사 1주일’이라는 가벼운 처분만 받았다. 참다못한 한씨는 지난해 9월 6일 아들을 경기도의 한 중학교로 전학시켰다.

한씨는 이 과정에서 학교에 폭대위와 선도위 회의록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줄곧 거부했고, 한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한 뒤에야 회의록을 받을 수 있었다. 회의록을 확인한 한씨는 경악했다. 2차 폭대위 회의는 창민군의 사건이 아니라 엉뚱한 성희롱 사건으로 진행됐다. 또 가해학생과 가해학생 부모 진술은 회의록에 있었지만 피해 당사자인 아들의 진술은 없었다. 가해학생 부모가 이후 폭대위 위원에 선정된 것도 기가 막혔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한씨는 이후 감사원과 국가인권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5일∼12일까지 감사를 벌였다. 하지만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묵살됐다.

한씨는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에 민원을 제기했고 경찰은 폭대위 회의록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학교 측이 작성한 회의록에는 폭대위원인 A치안센터장 B경위가 회의에 참석해 회의내용을 확인하고 사인한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B경위는 회의록을 확인하고 사인한 것은 아니며, 회의 내용도 추후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재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학교 측 관계자는 “다 끝난 얘기다. 더 이상 할 말 없다”고 밝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