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한범수] 외국인 관광객 月 100만 시대

입력 2012-08-08 19:25


“세계불황 속 쾌거… 총리 공관이 여행상품으로 나올 수 있는 콘텐츠 환경 조성하자”

런던에서 연일 금메달 승전보가 날아들던 8월 초, 관광업계는 7월 한 달 동안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978년 연간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기록한 지 33년 만에 월간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88년 외국인 관광객은 10년 만에 2배로 늘어난 200만명을 돌파했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처럼 10년 주기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배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연말 외국인 관광객은 1100만명을 돌파하고 관광수지 흑자도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관광객 수와 관광소비액은 증가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그 반대가 된다. 세계적인 불황기에 외국인 관광객 수가 월간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인 보이저호가 제주도에 입항했던 지난 6월 하루에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각종 지표로 본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전망은 밝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은 언제든지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 7일 총리 주재 하에 관광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월간 관광객 100만명 시대, 어떻게 다져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관광지표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런 효과를 더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기념촬영 후 총리는 공관 내 900년 수령의 등나무를 가리키며 “삼청동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총리공관을 공개하는 것은 어떤가요?” 하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총리가 본인의 공관을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어떠냐고 먼저 제안했다는 것만으로도 정책 책임자가 관광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총리공관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 이런 여행상품이 판매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상상이 상상으로 머물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다면 2020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도 더 빨리 열릴 수 있다.

간담회 내용을 압축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서울시내에 80여개 관광호텔 신축이 추진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과잉 공급되지 않도록 수급조절이 필요하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과도한 호객행위를 금지하고 쇼핑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근 대형항공사가 수하물 개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이런 안이 현실화되면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지출 규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광정보는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다. ‘위키피디아’처럼 수요자가 관광정보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제회의나 박람회 등을 유치하는 마이스(MICE)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 국제관광학술대회 상금으로 2만 달러를 지원한 지 2년 만에 29개국에서 137편의 학술논문이 응모됐고, 해외학자들이 자비로 한국을 방문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가 소개됐다.

한달에 1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일대 사건이다. 관광산업은 하루아침에 틀이 바뀌지 않는다. 작은 콘텐츠들이 유기적으로 모여야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형성할 수 있다.

커다란 시각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콘텐츠가 생성될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총리공관이 여행상품으로 등장할 수 있는 나라, 다양한 콘텐츠가 실현되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기대한다.

한범수(경기대교수·관광개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