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오토바이
입력 2012-08-08 19:25
오토바이, 곧 모터사이클은 1885년 독일의 코틀리브 다임러와 빌헬름 마이바흐가 만들었다. 프랑스의 미쇼 페로가 1868년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모터사이클을 발명했지만 내연기관을 장착한 것은 다임러-마이바흐의 라이트바겐(reitwagen)이 처음이다. 라이트바겐은 ‘달리는 차’라는 뜻.
오토바이는 양차대전을 거치며 군사용으로 널리 이용됐지만 대체로 자유, 반항, 난폭한 젊은이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렇게 된 데는 미국 영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 말런 브랜도의 출세작인 1953년 ‘난폭자(The Wild One)’와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폭제이며 반문화의 총아였던 1969년 ‘이지 라이더(Easy Rider)’.
‘난폭자’에서 가죽옷에 가죽장화로 몸을 휘감고 오토바이를 달리는 브랜도는 거칠고 반항적인 젊은이의 아이콘으로서 일세를 풍미했다. 그후 오랫동안 브랜도와 오토바이는 젊은이의 우상으로 군림했다. 게다가 ‘이지 라이더’에서 스테펜울프의 명곡 ‘본 투 비 와일드(Born To Be Wild)’를 배경으로 데니스 호퍼와 피터 폰다가 안장이 낮고 손잡이가 높은 초퍼 스타일의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토바이의 반항적이고 난폭한 이미지는 범죄와 쉽게 연결됐다. 브랜도가 ‘난폭자’에서 모습을 본떴던 폭주족, ‘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 때문이다. 이들은 1948년 결성된 폭주족 클럽으로 세계 27개국에 230개의 지부를 두고 있는데 모토가 당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우리가 좋은 일을 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쁜 일을 하면 아무도 잊어버리지 않는다’이기 때문이다.
‘지옥의 천사들’ 같은 외국의 폭주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내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서울시내 오토바이 교통사고 건수는 21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늘었다. 사고 유형은 안전운전 불이행이 가장 많고 신호위반과 차선위반이 뒤를 이었다. 한마디로 제멋대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는 얘기.
실제로 차량을 운전하거나 길을 걷다보면 아무데서나 끼어들고, 차도 인도 가리지 않고 곡예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마치 ‘도로의 무법자’ 같다. 요즘같이 기름값이 비싸고 길이 막힐 때는 오토바이처럼 요긴한 탈것도 없다. 그러나 그 편리성을 누리기에 앞서 지킬 것부터 지키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양식이 아쉽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