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種子전쟁시대 산업경쟁력 키워야
입력 2012-08-08 19:17
청양고추의 씨앗은 전량 미국의 다국적 종자회사 몬산토에서 들여온다. 황당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서울종묘, 중앙종묘 등 한국의 우수 종자회사들이 당시 외국계로 넘어갔는데 청양고추 씨앗을 개발한 흥농종묘도 몬산토로 팔려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 품종보호권 설정품목에 대한 로열티 지급의무 10년 유예기간이 지난해로 종료됨에 따라 올해부터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지급해야 할 로열티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세계는 종자전쟁 중이다. 종자 선진국들은 인수·합병(M&A)을 앞세워 시장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외환위기 때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한국의 주요 종묘회사를 인수한 배경도 바로 그것이다. 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식량안보 및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전자원 주권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정부도 지난 2009년 ‘2020 종자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했다. 그간 식량·사료 등 경종(耕種)작물에 대해서는 정부가 품종개발·보급을 주도했기 때문에 육성대책의 초점이 되는 것은 주로 채소·과수·화훼류 종자다. 현재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사업(씨드밸리사업)과 핵심 종자개발사업(골든씨드 프로젝트)이 추진되고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산품종 장미의 점유율을 0%에서 10%대로 끌어올리는 데 무려 17년이나 걸렸다. 종자산업 육성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국제종자연맹(ISF)에 따르면 2011년 세계 종자산업 시장규모는 45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한국의 종자시장 규모는 겨우 4억 달러로, 세계시장의 0.89%다. 가야 할 길이 지난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종자산업의 경쟁력 없이는 농업의 경쟁력 향상은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양성은 물론 연구 인프라 구축, 세계 시장동향 주시 등에 힘써야 한다. 당장 투자 대비 성과를 얻지 못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에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