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석 국장기자의 London Eye] 스포츠 팬을 위한 복지

입력 2012-08-08 18:46


영국의 중부 중심도시 맨체스터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올림픽 축구 사상 첫 4강전인 데다 박지성이 지난 7년간 뛰어 한국팬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홈구장을 찾아가기 때문이었다. 새마을호 비슷한 스피드의 급행열차는 2시간여 만에 맨체스터 피카딜리역에 도착했다. 축구에 관한 한 영국 최고의 명문구단을 보유한 맨체스터이지만 도시 규모는 인구 40만명 남짓한 중소도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 초기부터 면방직 공업이 성행해 세계적인 도시로 명성을 떨쳤고 지금도 런던 다음으로 영국 금융도시로 군림하고 있는 강소도시라 할까.

고전과 현대가 절묘하게 혼합된 도시는 영국 특유의 2층 버스, 전차 등이 엇갈리면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 작은 도시의 어떤 에너지가 영국 최고의 축구도시를 만들었는지 초행길 기자의 취재력으로는 알 길이 없었다. 아마도 산업혁명 당시 이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노동자들의 애환을 축구가 달래주지 않았을까 짐작해볼 뿐이다.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두 개의 팀,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경합을 벌인 끝에 맨시티가 간발의 차로 맨유에 앞서 리그 우승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감동을 받은 것은 관중들의 귀가까지 배려한 대중교통 시스템이었다. 역에서 차량으로 20여분 남짓한 거리의 맨유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로 가는 데는 역 인근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유용했다. 맨체스터 인근 지역민들이 올드 트래포드를 찾기 쉽도록 역과 연계한 교통 시스템이었다. 승용차로 이용하는 사람이 드문 것도 이 같은 배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귀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끝나 밤 10시가 넘은 시각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해 관중 수천명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무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수십대의 버스가 속속 도착해 관중들을 분주히 역으로 실어 날랐다. 런던으로 되돌아가는 맨체스터 피카딜리역에서는 늦게 도착하는 관중들을 위해 열차가 20여분씩 늦게 출발했다.

다음 날 새벽 1시30분 도착한 런던 유스턴역에서는 승객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도 그 넓은 역사가 불을 밝힌 채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연계된 지하철도 한 칸에 1명 정도의 승객이 탈 정도로 한산했지만 대낮처럼 쌩쌩 달리고 있었다. 비경제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교통 시스템이었지만 복지국가 영국의 단면을 본 것 같았다.

런던=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