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012년 가을 정치 드라마는 ‘勞心’

입력 2012-08-08 18:53

야권이 선뵈는 올 가을 정치 드라마의 결말이 ‘노심’(勞心), 즉 노동계의 마음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는 9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선출의 경우 노동계 표심이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전망이고, 분당 수순에 들어간 통합진보당은 노동계 움직임에 따라 신·구당권파의 미래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8일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을 방문해 비정규직 노조를 위한 모금활동에 동참했다. 앞서 6일에는 양대 노총과 산별노조를 찾았다. 손학규 상임고문도 이날 부산 문현금융혁신지구에서 금융인들을 만났다. 전날엔 현대자동차 노조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처럼 후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노동계에 얼굴을 비추는 것은 이들이 경선 판도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전국적으로 잘 조직된 약 160만명(한국노총 94만명, 민주노총 70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경선에서 양대 노총은 산별 노조 단위로 지지후보를 정할 가능성이 높아 누가 밑바닥 민심을 잡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는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이 목표로 하는 경선 선거인단 200만명 중 상당수는 노동계가 채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대 노총은 규모로 볼 때 전체 당원에 버금가고, 당내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라며 “노동계 지지를 얻어야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오는 13일 열리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회의를 통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당권파가 추진하는 신당 창당에는 찬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최대 주주인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는 신당권파의 9월 창당 작업은 물론 대한민국 진보 정당의 미래에도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당권파는 전날 현대증권 노조원 281명이 신당 합류를 선언한 것처럼 산별 노조의 지지를 이끌어내 창당 작업에 탄력을 얻는다는 방침이다. 신당권파인 심상정 전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밖에서도 노동조직을 비롯해서 여러 시민사회 조직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의 길을 저희에게 촉구했다”며 “(창당 방식 등을) 8월 중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와 노동계 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이날 저녁 긴급 회동을 갖고 ‘제2의 당원비대위’를 구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구당권파인 이정희 전 당 대표의 복귀 가능성도 제기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