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패자의 아름다운 감사기도
입력 2012-08-08 17:55
지난 6일(한국시간) 오전, 전 세계인들은 한 선수가 간절하게 감사기도를 드리는 장면을 숙연히 지켜보았다. 바로 런던 엑셀 역도 경기장에서 벌어진 75㎏ 이상 급 여자 역도경기에서 4위에 그친 장미란(29) 선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승리하거나 메달을 딴 기독교 선수들이 관중들 앞에서 기도하는 경우는 자주 보았어도, 메달을 따지도 못한 ‘패자’가 보란 듯이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광경은 잘 보지 못했다. 이날 국내외의 언론들은 그녀의 기도장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고, 기독교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그 광경을 보며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그녀가 기도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의 관중들에게 인사하자, 그들은 우레 같은 박수를 그녀에게 보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바로 그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그녀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으며, 현재까지도 여자 용상 세계타이기록(187㎏)을 보유한 역도계의 여제(女帝)였다. 하지만 그녀는 2010년 1월에 교통사고를 당하며 어깨, 허리, 골반 등 온몸에 부상을 입었고, 그때부터 그녀의 역도 인생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위해 하루에 수 천㎏을 들어올리는 지옥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즉 그녀의 이번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가능을 향한 목숨을 건 도전이었다.
마침내 지난 6일, 그녀는 용상 170㎏의 도전에 실패하며 도합 289㎏이라는 최종기록으로 4위에 올라 동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기록(326㎏)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실패’를 바라보며, 모든 언론들은 그녀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고, 국민들도 그녀의 실패를 책망하기보다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는 내리막길을 걷는다’는 사실이다. 마치 롤러코스터가 높이 오를수록 떨어질 때의 충격이 커지듯, 왕년이 대단했던 사람들일수록 더 큰 좌절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때 많은 사람들은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 극심한 절망과 분노를 느끼며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때로는 신실했던 신앙인들조차 그들의 신앙을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신앙인들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전보다 더 뜨거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목적이 ‘1등이 되어 자신을 드높이는 것’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의 밑바닥에서 올리는 진솔한 감사기도는 뭇사람들을 감동시킬 뿐만 아니라, 마치 사자굴에 처박혔던 다니엘이 다시 웅비(雄飛)했듯, 인생의 밑바닥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패자’의 기도를 소중히 여기신다.
<안산 꿈의교회 담임>